[문화K] 작은 문화의 힘!…‘문화 새싹’을 틔워가고 있는 사람들
[KBS 전주] [앵커]
시골 할머니들이 그림을 배우고 전시회까지 열며 인생 2막을 열고 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선 골목길 주민들이 화가와 손잡고 이색 벽화 갤러리를 만들었는데요.
지역 풀뿌리 문화를 일궈가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물감을 머금은 붓을 꼭 움켜쥔 주름진 손.
공들여 그린 스케치에 번지진 않을까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세상 별거 아니었던 것들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하는 할머니들.
[박안나/김제시 광활면 : "저 나무 같은 것도 건성으로 안 보고 '아, 이게 어떻게 되는가 보다.' 머리가 돌아가고, 건성으로 안 보여. '넌 어떻게 살았구나' 그런 것도 알고…."]
할머니나 아내의 이름으로만 살던 할머니들이 자신의 그림에 당당히 이름 석 자를 써넣으며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임화순/김제시 광활면 : "손자랑 그려서 저기 읍내에 걸어놨어. 증손자까지 봤어. 그러니까 (아들이) 우리 어머니 건강해서 좋다고 해."]
3년 전, 할머니들에게 그림을 가르친 화가들.
이렇다 할 노인문화가 없던 농촌에 예술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황유진/예비사회적기업 이랑고랑대표 : "처음에는 저희가 이렇게 장기적으로 갈지 예상을 못 했어요. 한 해 한 해 지나다 보니까 많은 대상을 가르치기보다 이 할머니들과 끝까지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6백 년 된 은행나무가 반겨주는 골목길.
한옥 처마 아래 어딘가부터, 낡고 녹슨 우편함 위까지, 골목을 따라 곳곳에 길고양이 그림이 이어집니다.
골목 주민들과 한옥마을에서 거리 화가로 활동했던 김완 작가가 3년 전 힘을 모아 조성한 골목 갤러리.
한옥마을의 새로운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정진성/전주시 풍남동 : "관광을 다녀보고 하면 나름대로 특징이 다 있어요. 아기자기하게. 그런 것 보면 '나도 고향에 가면 이렇게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고…."]
작가는 한옥마을에 쉼을 얻으러 온 사람들이 골목 갤러리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가길 바랍니다.
[김완/화가 : "우리 한옥마을이 길고양이처럼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는 장소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참 의미가 있겠다."]
지역민들과 예술가들의 교감을 통해 지역에 문화 새싹을 틔워가고 있는 사람들.
코로나19 유행도 꺾지 못한 작은 문화의 힘과 열정이, 전북의 풀뿌리 문화를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이수진 기자 (elpis1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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