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왕 기대받던 태국 공주, 일주일 넘게 의식불명
행사장서 쓰러져…승계 불투명
태국 전역서 ‘쾌유 기원’ 기도회
태국 왕실 장녀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 공주(44·사진)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지 일주일 넘게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22일 방콕포스트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공주는 지난 14일 오후 6시20분쯤 나콘라차시마주에서 열린 육군 주최 군견대회에 참가했다가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현지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헬기로 방콕 쭐라롱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아직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태국 왕실은 공주의 상태에 관해 두 차례 공식 발표를 내놨다. 지난 19일엔 공주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며 의료장비로 심장 박동을 보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주의 심장은 완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심장과 폐 그리고 신장에 의료장비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공주는 ‘파 공주’로도 불린다.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왕세자 시절인 1978년 첫째 부인과 낳은 딸이다. 공주는 태국 탐마삿대를 졸업하고 2005년 미국 코넬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태국으로 돌아와 2006년 방콕 검찰청 검사로 임용됐고, 지방 검찰 등에서 근무하며 마약 단속에 주력했다. 어머니와 함께 설립한 ‘파 공주 재단’을 통해 농촌 지역 빈곤층과 이재민 구호에 힘을 쏟기도 했다. 여성 수감자 처우 개선을 돕는 등 태국의 여성 인권 운동에도 나섰다.
이러한 대외적인 행보로 태국 국민의 호감을 얻으며 그가 태국 최초의 여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태국은 1974년 헌법을 개정해 공주도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라마 10세는 2016년 즉위 이래 아직 공식 후계자가 없다. 가디언은 “파 공주는 다른 자녀들과 달리 아버지와 정기적으로 행사에 동행하는 핵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 공주가 갑자기 쓰러지며 왕권 승계가 불투명해졌다.
태국 각지에선 공주의 회복을 바라는 기도회가 진행됐다. 전국 곳곳에 공주의 초상화가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는 쾌유를 기원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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