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2금융권 ‘뇌관’ 부상…3분기 금융불안 ‘위기’ 단계로
지원책 종료 시 부실규모 40조원
증권사 등 PF대출로 유동성 위험
10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자 대출과 증권사·여전사 등 2금융권의 유동성 위험이 국내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약한 고리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국면에 금융지원 정책의 효과까지 사라질 경우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 규모가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레고랜드 사태 등의 여파로 올 3분기 금융불안지수(FSI)는 ‘위기’ 단계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올 3분기 말 현재 10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의 충격과 고금리·고물가로 자영업자들의 업황이 크게 나아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도 손실보전금 지급,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금리 인하 등의 금융지원 조치들이 적극 시행된 데 힘입어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3분기 말 현재 0.19%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경기 둔화도 본격화하고 있어 자영업자 부실 위험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대출 증가율이 유지되고, 내년 대출금리 0.5%포인트 상승·매출 회복세 둔화·금융지원 정책 효과 소멸의 경우를 모두 가정한 결과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내년 말 대출 잔액은 102조원, 이 가운데 부실 위험 규모는 1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비취약차주의 경우는 금리 상승·매출 둔화로 부실 위험 규모가 16조1000억∼19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취약·비취약 차주를 합칠 경우 부실 위험 대출 규모가 내년 말 최대 40조원에 이를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자영업자 대출 부실 위험 축소를 위해서는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정상차주에 대한 금융지원 조치의 단계적 종료,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증권사·여전사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올 3분기 말 현재 증권사의 유동성비율은 2019년 말 133.7%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120.6%로 낮아졌다. 카드사의 즉시가용 유동성비율은 같은 기간 220.3%에서 155.6%로, 캐피털사의 경우 169.8%에서 134.4%로 떨어졌다.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둔화할 경우 부동산 PF 채무보증 이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9월 말 기준 23조9000억원 정도다. 저축은행도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 비율이 9월 말 기준 75.9%로 금융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데다, 앞으로 수신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부실 우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부동산 PF 부실 우려,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 공통요인에 업권별 특이요인이 맞물리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 전반을 보면 FSI가 최근 ‘위기’ 단계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강한 긴축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 현상까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와 기업의 빚을 합친 민간신용은 나라 경제 규모의 2.2배를 웃돌았다.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FSI는 10월과 11월 각각 23.6, 23.0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 연속 ‘주의’ 단계(8 이상 22 미만)에서 꾸준히 오르다가, 결국 10월 ‘위기’ 단계(22 이상)에 들어섰고 11월에도 위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3.7%로 2분기(222.3%)보다 1.4%포인트 올랐다. 가계빚은 증가세가 주춤한 반면 기업신용이 가파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한은은 “높은 민간신용 수준,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증대, 비은행 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취약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면서 “대내외 금리 상승 기조 지속, 자산가격 하락, 환율 상승,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금년 하반기 이후의 대내외 여건 변화는 금융불안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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