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의회 연설… 여야 의원들, 자리 꽉 채우고 33번 박수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2. 12. 22. 2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하원 본회의장서 연설
민주·공화의원들 정파 넘어 DC집결 “안보 문제에서 여야 통합”
공화당 지도부도 경청...33번 중 21번이 기립 박수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하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쳐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물한 이 국기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전선에서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장병들의 메시지와 서명이 적혀 있다./AP 연합뉴스

“1944년 나치 독일과 싸웠던 용감한 미군들처럼,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푸틴(러시아)의 군대에 똑같이 맞서고 있습니다.”

21일 저녁(현지 시각) 미 연방하원 본회의장에 나타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프랑스 북동부에서 독일의 반격을 저지한 ‘벌지 전투’를 언급하자 상·하원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미국의 민주·공화 의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301일째가 되는 날 미국을 전격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정파(政派)를 넘어 워싱턴 DC로 모여 들었다. 본회의장 2층 기자석에서 보니, 535석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 좌석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본회의장에서 만난 의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하원은 휴회 기간인데도 대다수 의원들이 크리스마스 연휴, 지역구 행사 등을 뒤로하고 의회에 나왔다”며 “온갖 문제로 대립하는 여야가 ‘대러 전선(戰線)’이라는 안보 문제에서는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극비리에 워싱턴 DC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36분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복을 연상시키는 짙은 올리브색 긴팔과 카고 바지 차림이었다. 8분 전 바이든 미 행정부 각료들이 입장할 때는 반응하지 않았던 공화당 의원들이 그가 등장하자 민주당과 함께 일어나 박수를 쳤다.

21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우크라이나는 살아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역경과 파멸, 우울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분(의원들)들은 미국의 리더십이 확고하고 초당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미국의 돈(우크라이나 지원)은 자선이 아니라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가 젤렌스키의 방미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1조7000억달러(약 2169조5400억원) 규모의 2023회계연도 예산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급 지원 450억달러(약 57조4290억원)를 포함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감사하는 발언이었다.

이날 매카시 원내대표와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연설 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말을 경청했다. 러시아의 잔혹성을 비판하고, 미국의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부분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기립 박수를 쳤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를 이기는 것”이라며 “연말에 우리 모두(민주·공화)가 동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날 미 의원들은 약 26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총 33번의 박수를 보냈다. 그중 21번이 기립 박수였다.

연설이 끝난 직후 본회의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수차례 연호했다. 놀란 의원들이 위를 쳐다보며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미국 의원들만 젤렌스키의 연설에 감동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바이든 만난 젤렌스키 "우크라 지원은 민주주의 위한 투자" - 21일(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미국은 러시아 침공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18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돈은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라며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와 함께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만약 우리가 주권, 영토, 민주주의, 자유에 대한 공격을 방관한다면 세계는 더 나쁜 결과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을 미국 국민은 안다”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우크라이나에 18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게임체인저’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과 합동정밀직격탄(JDAM) 키트, 위성통신체계 등 최신 무기가 포함됐다.

젤렌스키의 방미에 대해 CNN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당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방미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당시 처칠은 독일의 잠수함 공격을 피해 ‘HMS 듀크 오브 요크’호를 타고 겨울의 차가운 대서양을 건넜다”며 “(처칠의 방미로)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이 강화돼 2차 대전의 승리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날 의회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국민은 정의로운 힘으로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 연설문의 구절을 인용한 뒤 “우크라이나 국민도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