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금지, 헌법불합치”

박용필 기자 2022. 12. 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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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치로 “전면적·일률적 금지, 과잉금지 원칙 어긋나”
용산 관저 포함 여부 안 따져…집시법 개정 심의에 영향줄 듯
2024년 5월 지나면 효력 상실…법 개정 전까지 ‘금지’ 유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집회를 전면 금지한 현행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지역에서 일률적으로 집회를 금지한 법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이다. 국회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 조항은 2024년 5월31일 이후 효력을 잃는다. 다만 이때까지는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금지한 현행 조항이 그대로 유지된다.

헌재는 옛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11조 2호와 현행 집시법 11조 3호 등에 대해 신청된 헌법소원심판과 위헌법률제청 사건에서 22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집시법 11조 2호, 그리고 현행 집시법 11조 3호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공관 100m 이내에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다.

청구인들은 이 조항 중 ‘대통령 관저’ 부분이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라는 법익을 ‘집회의 자유’보다 우위에 두고 있어 ‘법익 균형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관들은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소규모 집회, ‘대통령 등의 안전이나 관저 출입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장소 등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에 대한 위험이 없는 집회까지도 예외 없이 금지하고 있다”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라는 목적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약 정도를 비교할 때 ‘법익의 균형성’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국민이 집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할 때,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며 “관저 인근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관들은 해당 조항에 단순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2024년 5월까지 해당조항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새 규정을 만들 시간을 준 것이다. 이에 따라 2024년 5월 이후엔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근처에서 100m 이내라 해도 장소에 따라 집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에서도 집회가 가능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헌재는 ‘관저’에 대통령과 가족의 숙소뿐 아니라 집무실도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기에 앞서 ‘관저’에 숙소뿐 아니라 집무실도 포함되는지를 먼저 따졌어야 했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청와대에 숙소와 집무실이 함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숙소는 한남동, 집무실은 용산으로 분리됐기 때문에 이 부분을 먼저 따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국회에 계류 중인 집시법 개정안 심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집회 금지 장소에 ‘현직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자택’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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