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지각에 與野 희비···朱 “마음껏 못해"·朴“대부분 반영”

박진용 기자 2022. 12. 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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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野동의 못 받아"소수야당 여운
박홍근 "민주당 요구 대부분 반영됐다"
지역화폐 등 이재명 표 예산 증액관철
준예산·野단독안 모두 정치부담 공감
김진표 의장, 여야 합의 숨은 주역꼽혀
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22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내년 예산안의 여야 극적 타결은 정부 여당의 전향적인 입장 선회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정부안을 대폭 손질한 야당안에 대해 여당이 상당 부분 양보하며 협상의 물꼬가 터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예산 처리 시한을 23일로 최후통첩한 데 이어 원내 제1당으로 169석의 압도적 의석수를 동원해 단독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야당의 압박도 부담을 키웠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을 준예산으로 편성하거나 야당의 단독안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여당의 절박함이 크게 작용했다.

22일 합의문 발표 이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준예산으로 갈 수도 없다”며 “소수 여당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싶었지만 민주당 동의를 못 받았다”고 말해 여당의 양보가 불가피했음을 전했다. 반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 예산과 관련한 저희(민주당)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며 “이번 예산안에서 목표로 삼은 것 중 하나가 민생 예산 대폭 확충이었는데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정부안) 0원에서 3525억 원으로 편성됐고 공공임대주택도 6600억 원 증액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재명표’ 예산의 대거 반영이었다. 박 원내대표가 밝힌 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대표적인 이재명표 예산 중에 하나로 꼽힌다. 당초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에 대해 “지자체 예산으로 할 수 있다”며 전액 삭감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결국 예산에 포함됐다. 민주당이 각별하게 챙겨온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융자사업도 6600억 원이 증액돼 체면을 세울 수 있었다. 대신 공공분양주택융자사업은 정부안을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해온 예산들도 합의문에 반영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들이 여야 협상을 거치며 정부안보다 대폭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형 노인일자리와 경로당 냉·난방비, 양곡비 지원을 위해 957억 원의 예산을 증액하고 쌀값 안정화를 위해 전략작물 직불사업 400억원을 증액한 게 대표적이다.

여야는 전월세 보증금 대출 이차 보전 지원, 취약 차주 한시 특례보증 규모 확대, 0~2세 및 장애아 지원 보육료 인상, 발달장애인 및 장애인 취업 지원,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및 청년내일채움공제,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 등의 예산도 늘리기로 했다.

대신 여당은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 경비를 절반 살리면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이 윤석열 정부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상징성 탓에 여당은 앞서 예비비로 예산을 처리하자고 제안한 김 의장 중재안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민주당과 정부 조직법 개정 시 대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예산을 반영할 수 있었다.

역시 민주당이 반대했던 용산공원조성사업은 ‘용산공원 조성 및 위해성저감사업’으로 명칭을 변경 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임시 개방 등 관련 예산으로 303억 7800만 원을 책정했으나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예산소위에서 이를 전액 삭감했다. 이후 여야는 지난달 말 최종적으로 138억 7200만 원 규모로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처럼 여야가 극적 합의에 성공한 배경에는 김 의장의 중재 노력이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김 의장은 법인세와 경찰국 예산 등 핵심 쟁점과 관련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마다 직접 중재안을 제시하며 적극 개입했다. 법인세와 관련해 ‘선(先)인하, 후(後)시행 유예’를 일찌감치 합의의 기본 틀로 제안했고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에 대해서도 “여야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 있는 기관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에 담자”고 공개 제안하는 등 여야 입장차를 조율해나갔다.

지루한 신경전을 거듭한 여야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준예산 사태와 야당 단독 예산안 처리가 양쪽 모두에게 역풍을 부를 것이라는 부담도 있었다. 양당 모두 정치적 부담이라는 공감대 속에 협상을 이어갈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은 법정기한(12월 2일)은 물론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도 훌쩍 넘겨서야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법정기한은 정확히 3주(21일)를 초과했고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예산이라는 불명예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박예나 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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