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여야 협상···주호영, 전날 윤 대통령과 만나 예산안 논의
여야는 22일 내년도 예산안에 극적으로 합의하기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까지도 타결이 어려울 거란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오후 회동에서 한발씩 물러나며 합의문을 도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최후통첩 기한’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이날 오후 5시15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안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다.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12월2일)로부터 20일 만의 타결이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시한을 훌쩍 넘긴 합의에 두 원내대표는 아쉬움과 안도감을 표했다. 박 원내대표는 “법정시한이나 정기국회 안에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았고 국회의장이 정한 시한까지 예산안 처리가 지연돼 원내 1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주 원내대표도 “법정기한인 12월2일이 지나서 많이 초조했다”며 “(여야가)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합의가 이뤄져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예산안 협상은 그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 의장이 지난 15일 중재안을 내놓으며 ‘1차 데드라인’을 제시한 뒤에도 이견이 컸다. 중재안은 법인세 최고세율(25%)를 정부안대로 낮추되 폭을 3%포인트가 아닌 1%포인트만 낮추고,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민주당 주장대로 삭감하되 예비비에서 쓸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판단 보류’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김 의장은 오는 23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처리하겠다고 ‘2차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협상 타결을 압박해왔다.
여야는 예산안 합의 직전까지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였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예산안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협상 타결 시점인 오후 4시50분까지 약 2시간50분 가량 야당과 협상을 벌이면서도 수시로 대통령실과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까지만 해도 이날 예산안 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3일간 (협상 상황에) 전혀 변동이 없다”고 했고, 박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비공개 회동에서 여야가 한발짝 물러서면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여당으로선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큰 흠집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고, 야당으로선 단독 수정안 처리시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석열표’ ‘이재명표’ 예산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긴급한 민생 예산 처리가 늦어진다는 비난 여론도 고려해야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두 원내대표가 민생을 챙겨야 한다며 서로 한발씩 양보해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극적으로 타결에 성공했지만 예산안 처리가 지연된 데 대해선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도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소수여당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맘껏하고 싶었지만 의석수가 적어 민주당 동의를 얻었어야 해서 저희가 불만이 좀 많다”며 “빨리 다수 여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관여 때문에 협상이 늦어졌다고 토로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김 의장 중재안을 수용 못하겠다고 버티고 더구나 대통령실에서 강하게 반대하며 한 치도 나가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예산)안을 제출해놓고 합의를 기다리는 게 맞는데 대통령이 너무 관여를 많이했다“며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인 지난 2일 이후) 20여일을 대통령이 다 허비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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