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불송치, 노동계 수사는 전광석화…민낯 드러낸 ‘윤석열식 법치’[키워드로 본 사건·사고 1년]

이유진 기자 2022. 12. 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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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유권무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17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김건희 여사 의혹 사과하며
‘일관된 원칙과 잣대’ 공언
취임 뒤 경찰 장악 와중에
가족 관련 사건은 ‘면죄부’

“제가 일관되게 가졌던 그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또 제 주변에게도 똑같이 적용하겠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이 공언했던 그 ‘원칙과 잣대’란 무엇이었을까.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경찰 조직 장악에 나섰다. 취임 2주 만에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7명 중 5명을 물갈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힘을 얻은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앞세워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였다. 경찰은 내홍에 휩싸였고, 그사이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사건들은 줄줄이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처가가 연루된 경기 양평군 개발 특혜 의혹을 제외한 대부분의 윤 대통령 가족 연루 사건에 면죄부를 줬다. 대표적인 예가 김 여사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 사건이다. 김 여사는 2001~2014년 한림성심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등에 지원하면서 입상 기록을 비롯해 프로젝트 참여, 근무 이력, 학력 등을 허위로 기재한 이력서와 경력증명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지난해 12월 “20여개에 달하는 허위·날조 경력으로 고등교육기관과 학생들을 속였다”며 김 여사를 사기와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수사는 더디게 진행됐다. 경찰은 지난 5월 김 여사 측에 서면질의서를 보냈고, 7월 김 여사 측의 답변서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와 사문서위조는 공소시효(7년)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사기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가족을 상대로 한 각종 고발 사건도 잇따라 불송치했다. 경찰은 김 여사가 허위경력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시민단체가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사건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김 여사 아파트의 전세권 설정 의혹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김 여사의 ‘7시간 통화 녹취록’ 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가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사건 등도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윤 대통령 처가의 양평군 개발 특혜 의혹은 지난해 경찰이 양평군청을 압수수색한 뒤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야권 향한 검찰의 칼끝과
노동계와의 대결 국면 보면
‘유권무죄, 무권유죄’ 선명

반면 검찰의 ‘칼끝’은 야권을 향하고 있어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생긴 부정부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구속했다. 문재인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을 향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에 비해 김 여사 연루 의혹이 나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검찰이 사실상 민주당과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올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말한 ‘법치’는 언론이나 노동계와의 대결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발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면서 “헌법 수호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미국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지난 11월29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한 후에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후 노동계를 겨냥한 경찰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책임을 물어 국회가 통과시킨 이상민 장관의 해임건의를 거부했다. 이때도 ‘법치’가 언급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라며 “어떤 것도 이보다 앞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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