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농구여제, 지각변동 일으키나
우리은행 1강 체제가 이어지던 여자 프로농구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였던 KB스타즈의 박지수(24)가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박지수가 복귀한 것은 5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 8월 훈련을 하다 아무 이유 없이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 병원에서 공황장애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 농구공을 내려놓고 치료에 전념했다. 196㎝ 큰 키로 어릴 때부터 여자 농구의 대들보로 인정받았고, 지난 시즌 KB의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정규 리그와 플레이오프를 전부 제패하는 통합 우승을 일궈낸 직후라 더 충격이 컸다. 정확한 원인은 박지수 본인과 담당 의료진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박지수 없이 시작한 KB의 이번 시즌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강이슬(28) 혼자서 팀을 이끌기엔 힘에 부쳤다. 지난 시즌 챔피언이 2승 11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박지수는 올 시즌을 건너뛸 것이라는 예측을 딛고 생각보다 빠르게 팀에 합류했다. 운동을 시작해도 좋다는 의료진의 허락을 받은 끝에 11월 말 숙소에 합류했고, 지난 17일 복귀전을 가졌다. 8분가량만을 뛰면서 2점 2리바운드 2블록슛을 올렸다. 박지수의 명성에 비해서는 보잘것없는 기록이었다. 근육이 빠져 체중이 5㎏가량 준 데다 움직임도 예전보다 둔했지만, 박지수가 코트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탄력을 받은 KB는 부천 하나원큐를 77대60으로 눌렀다.
그리고 박지수는 19일 신한은행전에서는 18분 동안 19점 7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KB는 62대55로 승리, 박지수가 코트에 선 두 경기에서 시즌 첫 연승을 일궈냈다. 22일 라이벌 아산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는 1분 10초만 뛰면서 2점 2리바운드에 그쳤고, 팀은 66대79로 패배했다. KB는 현재 4승 12패로 6팀 중 5위에 머물러 있다.
박지수는 신한은행과의 경기를 마치고 “공황장애가 인기 연예인들만 겪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병이란 것을 알았다”며 “다시 코트에 설 수 있음에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지금의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박지수가 빠져 있던 여자 프로농구는 KB와 라이벌 관계를 이루는 아산 우리은행이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지난 시즌 KB의 정상 등극을 지켜봤던 우리은행은 지난여름 최고의 스타 포워드 김단비(32)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고, 22일 KB전 승리를 포함해 첫 16경기에서 15승 1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박지수의 복귀로 우리은행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박지수가 건재했던 지난 시즌 KB는 개막 9연승 이후 1패를 당했고, 다시 14연승을 질주하며 정규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여자 농구 시즌은 26일 총 6라운드 중 절반인 3라운드를 소화하고, 휴식을 취한 다음 내년 1월 14일 시즌을 재개한다. 박지수가 감각을 되살려 돌아올 후반기는 KB가 ‘우리은행 천하’를 위협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완수 KB 감독은 “지수가 없는 기간이 팀 전체에 배움이 된 시간이었다.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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