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의회 연설, 2차 대전 때 처칠 연상…“미군이 히틀러 격퇴했듯 우린 푸틴 격퇴 중”

정원식 기자 2022. 12. 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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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벌지 전투’ 인용
푸틴 맞서 우크라 지원 호소
루스벨트 선전포고 빌려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역사상 유명한 전투를 인용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 연설에서 “용맹한 미군이 1944년 크리스마스에 전선을 방어하고 히틀러의 군대를 격퇴한 것처럼 용맹한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푸틴의 군대를 격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말한 1944년 크리스마스 전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프랑스 북동부 아르덴에서 독일 최후의 대반격을 저지한 ‘벌지 전투’를 가리킨다. 벌지 전투는 미국 HBO 인기 드라마 시리즈 <밴드 오브 브러더스> 등 2차 세계대전을 다룬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 미국인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영국 의회 화상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연설을 인용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다음날인 1941년 12월8일 미 의회에 전쟁 선포를 요청하면서 했던 연설을 인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국민은 정의로운 힘으로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 연설문의 구절을 낭독한 뒤 “우크라이나 국민도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처칠 총리의 방미에 비유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뤄진 처칠의 워싱턴 방문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미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처칠은 ‘U보트’로 알려진 나치 독일의 잠수함 공격을 피해 ‘HMS 듀크 오브 요크’호를 타고 겨울의 차가운 대서양을 건넜다. 그는 1941년 12월22일 루스벨트 대통령과 회담하고 이튿날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12월26일 의회 연설에서는 루스벨트 정부에 대해 “미국이 진정으로 자유를 위해 칼을 뽑고 칼집을 버렸다”고 말했다.

BBC는 처칠이 역사적 연설을 한 지 81년 만에 미 의회가 또 다른 전시 지도자를 맞이했다고 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전 “수십년 전 윈스턴 처칠이 섰던 자리에 오늘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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