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외치면서 노조를 악마화하는 윤 대통령[사설]

기자 2022. 12.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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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추진전략 및 성과보고회에서 “사회 갈등과 분열을 좀 줄이고, 국민이 하나로 통합해서 나가는 게 국가 발전과 위기 극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선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라고 했다. 회계 문제를 집어내 노조를 부패 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다. 국가 발전과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통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노조를 악마화하다니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위 성과보고회에서 “사회 갈등 그리고 분열이 심각하면 우리가 복지로 누려야 하는 소중한 생산 가치가 전부 분열과 갈등으로 싸움하는 데 소모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낭비가 많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말에 그칠 뿐 언행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당장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며 노조를 척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노사 법치주의’를 언급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노조를 아무 근거 없이 부패 세력의 대표 격으로 몰아붙이며 척결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공직이나 기업의 부패와 동일시하는 것은 사안을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발상이다. 화물연대 파업 대응 등에서 노조 때리기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보더니 아예 이 길로 나선 듯해 답답하다.

윤 대통령의 비판 언론에 대한 압박이나 ‘자유민주주의 반대 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통합은 반대자의 의견을 용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윤 대통령 자신과 정권을 비판하면 자유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인식으로는 절대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국민통합위는 이날 ‘하나 되는 대한민국,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국민통합 비전으로 확정했다고 한다. 강경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전체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이런 식의 접근은 집권세력으로서 직무유기는 물론이요 국민을 분열시키는 무책임한 처사이다. 여권이 이런 발상에 골몰해 있으니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폄훼·모욕하는 발언이 보수층과 정치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것 아닌가. 정치적 득실을 노린 궤변이나 말장난으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윤 대통령과 여권은 깊이 인식하고 이런 행태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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