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의 간절한 SOS에 바이든 “함께” 화답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등 포함
18억달러 규모 추가 지원 약속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00일이 되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에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은) 자선이 아니라 글로벌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라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걸음마다 함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과 공동기자회견, 미 의회 연설 순으로 이어진 모든 일정마다 미국의 지원에 거듭 감사를 전했다. 그는 이날 저녁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초청으로 진행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 모든 파멸과 어둠에도 우크라이나는 쓰러지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지원금은 자선이 아니라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이며 우리는 책임감 있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새 회기부터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 내서 ‘우크라이나 지원 백지수표 불가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초당적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그는 또한 450억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포함한 2023 회계연도 예산안 통과를 촉구했다. 또 러시아에 보내진 이란제 드론의 위협을 거론하며 “(러시아와 이란을) 막지 않는다면 이들이 다른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18억5000만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침도 발표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안보 지원 가운데 단일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초기부터 강력히 요청해온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1개 포대 지원도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또 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 놓고 “목표물로 겨냥…전쟁 끝내지 못할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표적 공격하는 등 ‘겨울 무기화’에 나서자 미국이 그동안 주저했던 패트리엇 지원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독일로 수송돼 우크라이나군의 운용 훈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전배치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깜짝’ 방미는 러시아에 맞선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연대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미국인의 결의가 공통된 자유의 미래를 보장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내에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 누적으로 제기되는 전쟁 종식 방안 모색은 숙제로 남게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 ‘정의로운 평화’는 주권과 영토에 대한 타협이 아니다”라면서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과 유럽 일각에서 서서히 고개를 드는 휴전 또는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필요성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시기상조’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제공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전쟁을 끝내지도 못하고 러시아의 목표 달성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패트리엇 미사일이 제공될 경우 러시아군이 이를 합법적인 목표물로 겨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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