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명 식당 대표 살해’ 피의자 아내 “나쁜 짓 알았지만 살인은 몰랐다” 공모 부인

살인 피의자 김씨 “박씨로부터 2000만원 받고 범행”
피해자의 지인 박씨 역시 살인 교사 혐의 부인 중

제주 유명 음식점 대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피의자(앞줄 가운데)가 20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 지역의 유명 음식점 대표를 살해한 혐의로 피의자 김모씨가 구속된 가운데, 그와 함께 살인 공모 혐의를 받는 김씨의 아내는 “남편이 나쁜 짓 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살인 계획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김씨는 평소 피해자와 가깝게 지내온 박모(구속)씨로부터 범행 대가로 사전에 2000여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동부경찰서는 제주 모 음식점 대표인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로부터 “박씨로부터 범행 대가로 계좌로 1000여만원, 현금으로 1000만원 등 모두 2000여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살인 교사 혐의를 받는 박씨는 김씨와 고향 선후배 사이이며, 피해자와는 가까운 관계였다. 김씨의 아내 이씨는 살인을 공모한 혐의로, 박씨는 김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검거 후 줄곧 우발 범행을 주장해왔지만 경찰 조사에서 박씨로부터 ‘피해자를 병원에 입원시켜도 된다’, ‘드러눕게 하라’, ‘(피해자를) 못 일어나게 해도 좋다’ 등의 지시를 받았고 이를 ‘죽여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씨는 “(김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은 맞지만 겁을 주라고 했을 뿐”이라며 살인 교사 혐의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김씨의 아내 이씨도 “남편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범행 내용은 몰랐다”라며 살인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 전 김씨가 여러 차례 제주에 왔으며, 그 때마다 박씨로부터 호텔비와 교통비를 받은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김씨 진술의 진위 및 추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2분∼10분쯤 제주시 오라동의 자택에 홀로 있던 도내 한 유명 식당 대표인 50대 여성을 집에 있던 둔기를 이용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범행 2∼3시간 전 박씨가 알려준 현관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내부에 미리 들어가 숨어 있다 피해자가 들어오자 둔기를 휘둘렀다. 1차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두부 및 목 부위 다발성 좌상으로 인한 뇌 지주막하 출혈이 결정적인 사인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숨진 여성은 제주에서 규모가 큰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혼자 거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17일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추적에 나섰다.

아내 이씨의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가 김씨 신원을 특정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김씨는 범행 후 미리 준비해간 옷을 갈아입고, 신분증을 도용해 배편을 이용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줬다. 경찰은 차량 번호를 추적해 명의자를 확인하고 수사망을 좁혀 19일 거주지인 경남 양산에서 김씨 부부를 검거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