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도 담긴 '콩 심으면 콩, 팥 심으면 팥 나온다'  진리 [기민석의 호크마 샬롬]

2022. 12. 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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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콩과 팥을 심는 이 격언은 우리네 전통 속에 있는 말이지만, 아마 성경의 잠언 속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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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학기말 성적은 이미 학기 중의 태도와 성실성으로 결정
우리가 행동을 할 때도 이미 그 결과를 겪는 것으로 시작
악인은 악행으로 넘어지고, 의인은 죽음도 피할 수 있어

대학에서 학기를 마치는 시기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한 학기 성적을 결산하는 때이기도 하다. 자기 성적을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미안하지만 그들의 성적은 학기 말이 아니라 학기 중에 이미 결정 난다. 평소의 학습 태도와 성실도가 정확하게 성적을 결정짓는다.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콩과 팥을 심는 이 격언은 우리네 전통 속에 있는 말이지만, 아마 성경의 잠언 속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과 인생 속에 있는 인과관계를 말하는 구절이 잠언에는 무수히 많다. 특히 인과응보를 인생의 회로처럼 알려주는 말이 즐겨 반복된다. "정직한 사람의 옳은 행실은 그를 구원하지만, 반역하는 사람은 제 욕심에 걸려 넘어진다."(잠언 11:6) 콩 심은 데 콩이 나듯이, 정직에는 구원이 욕심에는 실족이 이미 심겨 있다.

격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잠언의 많은 본문에는 서사가 거의 없다. 한두 줄 안에 리듬을 맞추어 명료하고 깔끔하게 공식만 보여준다. 사람의 특정 행위가 있었다면 이 행위를 저울질하고 판단하여 옳고 그름을 따진 뒤 이에 합당한 결과를 내리거나 그 결과를 뒤집으려고 항소하고 협상하는 등의 드라마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없다. 다음처럼 말이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부유해지고, 남에게 마실 물을 주면, 자신도 갈증을 면한다."(11:25) 평소에 어려운 이웃을 후하게 대한 사람은 넉넉한 미래를 심은 것이고 반드시 거두게 된다. 이렇게 결과는 원인과 직결되어 있다.

잠언의 많은 구절은 '행동에는 이미 그 결과가 내재된 것'이라고 말한다. 행동에서 결과로 이르기까지 전개되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잠언이 표현하는 인과응보에는 행동에 이미 결과가 내재된 것이며, 이는 잠언이 신학적 색채를 드러내기보단 그저 보편적인 자연 법을 전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위에 인용한 잠언의 구절들은 성경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신학적 색채는 발견되지 않는다. 랍비나 목사님의 설교가 아니라 도덕 선생님의 훈계처럼 들린다.

잇따르는 명언을 감상하여 보자. "정직한 사람이 축복하면 마을이 흥하고, 악한 사람이 입을 열면 마을이 망한다."(11:11)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흥망은 그 리더의 인격에 이미 내재되었다. 그가 정직하면 부흥을 거둘 것이고, 그가 악하면 지리멸렬이 예약된 셈이다. 너무 단언적인가?

사실 우리는 행동을 할 때 이미 그 결과를 겪는다. 착하게 사는 사람이 관상이 좋지 않을 리 없다. 나쁜 일을 도모하는 자는 분명 꿈자리도 흉흉할 것이다. 그래서 고대 이스라엘의 또 다른 지혜 전통은, 사람의 행동에 내재된 결과가 미리 내면세계에서 발현한다고 설파했다. "온 세상 사람들은 밝은 빛을 받으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기 일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 악인들만은 캄캄한 밤에 짓눌려 있었다. 그 밤은 그들을 삼켜버릴 지옥의 암흑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이 암흑보다도 더 무거운 짐이었다."(지혜서 17:19-20)

어쩌면 우리는 자기 행위에 대한 값을 이미 치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남을 해하지 않고 선하게 자신의 행동을 이끄는 사람은 이미 복 받은 것이다. 남을 해치면서까지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자도 이미 그 자체가 벌받은 것이다. 끝으로 성서의 지혜가 당당하게 가르치는 다음 격언을 묵상하자. "악한 사람은 자기의 악행 때문에 넘어지지만, 의로운 사람은 죽음이 닥쳐도 피할 길이 있다."(14:32)

기민석 목사·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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