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윤석열표'·'이재명표' 예산 절반씩 깎아 협상 타결
"소수여당으로 불만 vs 대통령실·與 반대에 경찰국 등 감액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여야는 22일 극적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면서 이른바 '윤석열표' '이재명표' 예산을 놓고 각각 한발씩 물러서면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의 '시그니처' 정책이라 할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과, 이른바 '이재명표'로 분류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그간 여야 협상의 최대 쟁점이자 걸림돌로 꼽혔다.
하지만 여야 기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탓에 민생·복지에 긴급 수혈할 예산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결국 이를 의식해 여야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가 공개한 합의안에 따르면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 경비는 당초 정부안(5억1천억원)에서 50% 감액됐다.
여야는 협상 막판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에 편성된 5억여원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 도입된 정책 예산인 만큼 정부안 그대로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위법적인 '시행령 기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 '전액 삭감'으로 맞섰다.
보다 못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639조원의 예산안 중 5억여원 차이를 좁히지 못해 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라며 중재안을 내기도 했다.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민주당 요구대로 삭감하되 일단 예비비로 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채택하는 것이 중재안의 핵심이었다.
여당 수용 거부로 중재안은 무산됐지만, 결국 국민의힘은 정부안의 50%를 덜어내는 선에서, 민주당은 '한 푼도 편성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을 선회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여당으로선 두 핵심 기구 예산을 '본예산'으로 밀어넣기에 성공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안을) 100% 관철하지 못해서 (50% 감액안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두 기구 관련) 민주당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가 되면, 정부조직법 개정 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주력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엔 3천525억원이 편성됐다.
해당 사업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강조했던 사업이었지만 애초 정부안에선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협상 초반부터 7천여억원 증액을 요구했다가 최근 5천억원까지 증액 요구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선심성·포퓰리즘 사업에 돈을 쓸 수 없다'고 맞섰고, 최종적으로 3천525억원 증액에 여야가 동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정부 정책 철학과 맞지 않는 지역화폐 예산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를 묻자 "끝까지 철학과 안 맞아서 (협상을) 하다가, 이제 더 기간을 넘겨 준예산으로 갈 수도 없어서 저희들이 타협한 것"이라고 답했다.
역시 '이재명표'로 불린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융자사업' 확대엔 여야가 6천600억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약 6조원에 달하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안을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이날 자당 단독 의결안의 약 10분의 1 수준의 증액에 합의한 것이다.
대신 민주당은 정기국회 중점 법안인 양곡관리법과 관련, '쌀값 안정화'를 명분으로 전략작물직불 사업에 400억원을 최종 증액했다.
기초연금 부부감액의 경우 폐지와 단계별 인상 모두 열어놓고 계속 논의키로 했다.
민주당은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때 20%를 감액하지 말고 전액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했다. 이는 예결위 간사와 정책위의장 간 협상에서 한때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었다.
여야는 합의안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저희는 하고픈 것을 마음껏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소수 여당으로서 의석수가 적어서 민주당의 동의를 못받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가 요구한 민생예산 요구의 대부분이 반영됐다. 목표치로 잡은 것은 대체로 반영된 상황"이라면서도,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관련 예산에 대해선 "끝내 대통령실과 여당이 반대해서 50% 감액도 관철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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