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극적 타결… 정부안 4.6조 감액·법인세 구간별 1%p↓(종합)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22일 타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못박은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 합의에 이른 것이다. 합의된 예산안·예산부수법안은 내일(23일) 오후 6시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2일)을 넘긴 지 21일 만이다. 가까스로 연내 예산안 합의에 성공했지만,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최장 지각'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가 그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법인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p)씩 세율을 낮추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한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각각 50% 감액하는 내용으로 이견이 조율되면서 합의안이 전격 도출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 15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발표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오후 2시부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해 약 3시간 가량 막판 협상을 벌였다.
◆경찰국·정보관리단 50% 감액… 지역화폐 3천525억↑
합의서에 따르면, 정부안(639조원)은 4조6천억원을 감액하고, 국가채무·국채발행 규모는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도 각각 반영됐다.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던 이 대표의 공약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은 3천525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윤석열표' 공약인 공공분양주택융자사업은 정부안을 유지하되 '이재명표'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6천6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또한 공공형 노인일자리와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을 위한 957억원 예산을 증액하고, 쌀값 안정화를 위한 전략작물직불사업 400억원 예산을 증액하는 내용도 합의했다.
여야가 이견을 노출한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는 50% 감액하기로 했다. 두 기관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 해소를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 대안을 마련해 반영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반대했던 용산공원조성사업은 '용산공원조성 및 위해성저감사업'으로 명칭을 바꿔 추진하기로 했다.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및 단계별 인상 방안은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법인세 구간별 1%p↓… 금투세 2년 유예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의 경우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 각 1% 포인트씩 세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리법인 기준 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이 25%에서 24%로 낮아진다.
아울러 ▲200억원 초과~3천억원 이하 기업 세율 22%→21%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19% ▲2억원 이하 10%→9% 등으로 각각 낮아진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을 2년 유예하되, 그때까지 주식양도소득세는 현행대로 과세(대주주 기준 및 보유금액 10억원)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현재 0.23%→2023년 0.20%→2024년 0.18%→2025년 0.15%)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공제금액은 9억원, 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하고 세율은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2주택자까지는 기본세율을 적용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부터 누진제도를 유지하되 세율은 2.0%~5.0%로 하기로 합의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중견기업 매출액을 기준으로 5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공제 한도는 최대 600억원으로 하기로 했다. 업력 10~20년의 경우 300억원, 20~30년은 400억원, 30년 이상 600억원이다.
월세세액공제율의 경우 총급여 5천500만원 이하자는 17%, 총급여 5천500만원에서 7천만원 이하자는 1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2023년 1월 1일부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3년 한시로 신설하고, 특별회계의 증액 재원은 교육세 세입예산안 중 '유아교육특별회계' 지원액을 제외한 금액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2023년 기준 1조 5천억원), 일반회계 추가 전입금(2023년 기준 2천억원)으로 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근로기준법, 한국전력공사법, 가스공사법 등 올해를 끝으로 일몰되는 법안 처리를 위해 28일 본회의를 개의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 정신에 따라 특별위원회가 진상과 책임 규명·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협조한다는 내용도 삽입했다.
◆국힘 "수십차례 조율" 민주 "대승적 타협"… 정의당 반발
법정 시한(2일)과 정기국회 종료일(9일)을 훌쩍 넘겨 우여곡절 끝 합의안을 도출한 여야는 최악의 준예산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다.
주 원내대표는 "2일 지나고는 많이 초조해졌고, 정기국회 기간인 9일을 넘기고는 안절부절이었지만, 예측 가능하게 국가 예산이 재정 집행돼야 한다는 생각에 수십 차례 만나 서로 이견을 좁히고 조율했다"며 "늦었지만 내일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 여당이지만 정부 정책이나 철학을 반영할 예산을 많이 반영하고자 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되기는 했지만 다수당이니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면서 "합의 통과돼서 참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또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 예산이 제때, 제대로 집행돼 위기를 극복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법 문제를 비롯해 시행령 예산 관련 입장 차가 있었지만 더는 국민께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국정조사가 온전히 진행될 수 있게끔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서로 대승적으로 타협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정부여당이 (최고세율을) 3%p 낮추고 구간을 단순화하는 안을 가져왔는데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최종적으로는 지금 현행 구간을 그대로 두고, 위의 구간뿐 아니라 아래 구간까지 다 1%p씩 인하하는 것으로 했다"며 "정부도 3%가 어렵다면 1%p라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걸 감안한 최종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법인세 등 여야 합의를 혹평했다. 배진교·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과표구간 법인세율을 1%씩 인하하는 기상천외한 합의안을 내놨다"며 "그 혜택은 대부분 과표 최고구간에 해당하는 대기업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100%에서 60%로 대폭 하향한 공정시장가액에 이어 공제확대와 다주택 중과대상 축소로 종부세는 누더기로 전락해 집부자들에게 큰 혜택을 안겨주게 됐다"며 "금투세는 또다시 유예됐고 가업상속공제도 사실상 부의 대물림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예산도 전체 삭감된 5조7천억원 중 고작 6천600억원 증액됐다"며 "민주당이 반드시 증액시키겠다던 공공, 민생, 복지, 일자리 예산의 증액 요구는 어디로 갔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의 졸속 합의를 규탄한다"며 "오늘 합의된 예산안, 세입부수법안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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