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野수정안 단독 처리' 직전 유턴…긴박했던 여야 협상

박경준 2022. 12. 2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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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예산 삭감" vs "거대야당 발목잡기…시작부터 파열음
예결위, 감액심사 못 마치고 종료…'2+2', '3+3' 협의체도 불발
두 차례 중재안 낸 김의장의 '23일 표결' 최후통첩에 극적 합의
여야,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2.22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여야가 2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야당 수정안 단독 처리'라는 사상 초유의 국면으로 이어질 뻔 했던 교착 정국이 극적으로 해소됐다.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단독 수정안 처리는 '정치 실종'을 의미하는 만큼 여야 모두 파국을 막고자 막판까지 머리를 맞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자 국회는 9월 정기국회에서 심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용산 이전 및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을 두고 여야는 초반부터 거친 파열음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소위 '윤석열표 예산'에 대대적인 칼질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를 '거야(巨野)의 횡포'로 규정하고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문제 등 세법 개정 문제를 두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 대치 양상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까지 이어졌다.

쟁점 예산을 둘러싼 이견이 워낙 컸던 탓에 예결위 법정 활동 기한인 11월 30일까지 증액 심사는커녕 감액 심사도 마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 무렵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 부분은 빼고 삭감만 반영된 '수정 예산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야 예산안 3+3협상 (서울=연합뉴스) 지난 6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국회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이틀 넘긴 이달 4일 여야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 타결을 시도했다.

예산안의 감액·증액 사안과 쟁점 예산부수법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여기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여야는 기존 협의체에 국민의힘 주호영·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까지 합류한 '3+3 협의체'에서 타결을 시도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 과정에서 쟁점 중 하나였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관련, 정부 안대로 25%에서 22%로 인하하되 시행 시기는 2년 늦추는 중재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 역시 소득이 없었고 여야는 정기국회 회기인 9일에도 합의에 실패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정기국회 회기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첫 사례라는 오점을 남겼다.

일요일이던 지난 11일 야당이 단독으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고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것도 예산안 협상의 냉각기가 더 길어진 배경의 하나였다.

마지막까지 여야 합의의 발목을 잡은 것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와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었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초부자 감세'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이 소위 '시행령 통치'에 따른 위헌·위법 요소가 있는 기구인 만큼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요구였다.

김 의장은 지난 15일 다시 한번 중재안을 내놨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1%포인트(p) 낮추고, 경찰국 및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의 경우 여야 합의로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 있는 기관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하도록 부대의견에 이를 적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의장은 중재안을 제시하며 당일까지 예산안 협상을 마칠 것을 여야에 촉구했다.

인사하는 여야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지난 16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은 '민생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며 중재안을 수용했으나, 이번엔 여당이 수용을 보류했다. 법인세 인하 폭이 턱없이 작다는 점, 경찰국 등 기구에 '위법'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점을 들어 수용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예산안 처리의 향방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태도를 두고 "결국은 용산이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합의 무산의 책임을 대통령실에 돌리기도 했다.

두 번째 중재안을 낸 뒤로 15일과 19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김 의장은 21일 마침내 여야에 '최후통첩'을 했다.

오는 23일에 본회의를 열어 여야가 합의를 이루면 그 합의안을, 합의를 보지 못하면 본회의에 부의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의 수정안을 표결 처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여야는 김 의장이 세 번째 제시한 시한을 하루 앞둔 22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당으로서는 야당 단독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윤석열 정부의 첫 재정 운영안에 흠집이 난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다.

국민의힘은 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대통령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의견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역시 수정안 자체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다 수정안 통과 후 향후 재정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그 책임을 모조리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회동에서 서로의 요구를 조금씩 절충하며 타협점을 찾았고, 충돌과 대치 속에 지난하게 이어지던 예산안 협상도 막을 내렸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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