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부자감세 아냐" 金의장 '최후통첩' 통했다
중재안으로 野 끝까지 설득
오늘 본회의 통보로 與 압박
주호영 "의석수 적어 힘들다"
박홍근 "국민 세금부담 덜어"
22일 여야의 벼랑 끝 대치 속에 법정시한 초과 20여 일 만에 극적으로 내년도 예산 협상 타결이 이뤄진 막후엔 5선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의 뚝심이 있었다. 특히 이날 여야가 합의한 '법인세 1%포인트 인하'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지만 야당 당론과 달리 법인세 인하가 초부자 감세가 아니라는 김 의장의 강한 소신과 설득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 2일 정기국회 종료일까지 예산안 타협이 안 되자 '즉각 본회의 개의'를 압박했지만 김 의장은 일단 본회의를 8~9일로 늦췄다. 그러면서 7일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선(先)통과, 후(後)2년 유예' 방안을 중재안으로 처음 제시했다. 중재안 제시에도 여야 간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자 올해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9일을 넘기게 됐다.
김 의장은 1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추가 협상 끝에 이달 1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본회의 당일인 15일 오전 김 의장이 주 원내대표·박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예산안 협상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리는 중재안을 제시하고, 같은 날 오후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예산안 타결에 파란불이 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수용을 거부하며 합의는 무산됐다. 대통령실에서 계획했던 3%포인트 인하안에 중재안이 턱없이 못 미치는 데다 무엇보다 쟁점이었던 경찰국 등 시행령 예산을 내년 본예산이 아닌 예비비로 지출하라는 중재안 내용에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후 민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김 의장이 제시한 예산안 처리 중재안을 수용한 만큼 대통령실 지시에 따르지 말고 주 원내대표가 독자적으로 결단하라고 촉구하면서 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양측 간에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고 협상에 진전이 없자 21일 김 의장은 23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이견을 좁혀 가고는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며 시간이 흘러가자 김 의장이 최후통첩을 한 것이 22일 예산안 합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예산안 늑장 처리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사실상 대통령실 결단을 압박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소수 여당으로서 하고 싶은 거 많이 하고 싶었는데 의석수가 적어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해 불만이 많았다"며"소수 여당은 너무 힘들다"고 협상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박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초부자 감세 관련 내용과 국민 세금을 덜어주자는 취지 등을 합의를 보면서 반영할 것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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