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적자에 감원까지…삼성·SK도 ‘비상경영’ 나서
SK하이닉스 임원 경비 축소 등 긴축
삼성전자, 생산시설 점검 등으로 감산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 마이크론이 분기 기준 영업적자를 낸데다 향후 추가 실적 악화를 예상하며 인력 10% 감축을 예고했다. 디(D)램 시장점유율 3위 업체의 실적이 급전직하하면서 1위 삼성전자와 2위 에스케이(SK)하이닉스 실적도 기존 전망보다 더 나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두 회사는 이에 대비해 나란히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자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2023년 1분기(9~11월)에 40억8500만달러(약 5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2억900만달러(약 2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22일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76억8700만달러)에 견줘 절반 가까이, 직전 분기(2022년 6∼8월·66억4300만달러)에 비해선 38.5% 줄었다. 분기 기준 영업적자는 7년 만이다.
수요 악화와 공급 과잉에 따른 디램과 낸드 가격 하락 탓이다. 마이크론은 “해당 기간에 디램과 낸드 모두 평균판매가격(ASP)이 약 20%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2분기(2022년 12월∼2023년 2월) 실적에 대해선 매출은 38억달러(약 4조9천억원), 영업적자는 10억8천만달러(약 1조4천억원)로 예상했다. 앞으로 매출은 더 크게 줄고, 적자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물론 피시(PC)·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계속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탓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반도체 공급에 비해 수요가 현저히 부족해 2023년 내내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에 따라 9월 기준 4만8천명에 달하는 직원을 내년에 10% 구조조정할 계획도 내놓았다.
마이크론은 경쟁업체보다 실적을 빨리 발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카나리아’ 구실을 해왔다. 올해도 지난 9월에 다른 업체보다 빨리 투자 축소와 감산 계획을 내놓아 반도체 시장 악화를 예고했다.
마이크론의 ‘어닝쇼크’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향후 실적 전망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부문이 내년 2분기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해당 기간에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지만, 반도체 부문 적자를 내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케이비(KB)증권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적자를 1조1천억원으로 증권사 컨센서스(약 6천억원)보다 더 크게 나빠질 것으로 수정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경우 솔리다임 등 낸드 사업 비중이 삼성전자보다 높아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회복 시점도 이전에는 내년 3분기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2024년으로 예상하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박정호 에스케이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9일 임원들과 회의를 열어 비상경영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10월부터 활동한 ‘다운턴 티에프(Downturn TF)’가 내놓은 제안을 검토한 뒤 단기 경영환경 대응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21일 공시한 방안을 보면, 임원 관련 예산 50%, 팀장 관련 예산 30%를 줄이는 등 운영경비(OpEX)를 10년 만에 처음으로 축소하고, 임원 감원이나 팀 통합 등 조직도 20% 효율화했다. 앞서 내년 시설투자(CapEx)를 올해보다 50% 줄인 데 더해 추가적으로 비용절감에 나선 것이다. 다만, 신입사원이나 핵심인재 채용은 적정 규모로 진행하고, 직원 복지 관련 사항도 변동이 없다. 에스케이하이닉스 관계자는 “다운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실행하고, 이 기회에 내실을 다지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 대신 생산라인 점검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재고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계현 디에스(DS)부문장(사장) 주재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반도체 시장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판매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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