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조국사태 증후군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하자
민주당 '우리가 곧 민심' 착각
국민이 선택한 정권교체에도
새 정부 법안에 여전히 '몽니'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1년 후인 2018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20년 장기집권론을 꺼냈을 때만 하더라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리멸렬했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다소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그나마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주장과 정책으로 여론의 지지를 끌어올리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완전히 변했다. 상식과 합리에 반하는 주장을 고집하는 정당이 됐다.
합의시한을 훌쩍 넘긴 예산안 갈등은 여야 공동 책임이라고 치더라도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마저 간곡히 요청하는 법인세 인하를 거부해 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반도체가 대한민국을 먹여살리고 있지만 반도체특별법에서 세금을 지원하고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는 핵심 사항은 쏙 빼 무력화시켰다. 그러면서 노조가 불법파업과 폭력으로 입힌 피해에 소송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동조합법은 밀어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장악한 방송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방송법도 강행했다.
추가연장근로제를 지속해 달라는 영세기업인들의 외침도 외면하고 있다. 지난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주 52시간제를 30인 이하 영세기업에는 잠시 면제해줬는데, 연말이면 그 시효가 만료된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거나 시한을 조금만 더 미뤄달라는 게 영세기업인들의 호소인데, 키를 쥐고 있는 거대 야당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 대기업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서민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이라면 영세기업 사정은 좀 후하게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새 정부는 당장 집값 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대부분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 정부가 제출한 법안 70여 건을 전부 뭉갰다.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선택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펼쳤던 정책을 바꾸라는 뜻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마치 아직도 집권당인 양 부동산세니, 지역화폐니 과거 정부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민주당 의원은 정권 퇴진 집회에 당당하게 참석하고 있다. 이런 생떼가 없다.
조국 사태가 발단이었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민심이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조국 수호'로 똘똘 뭉쳤다. 불거진 의혹들을 감안한다면 조국 수호는 상식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밀어붙였다. 진보 진영에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반론이 속출했으나 거대한 힘에 묻혀버렸다.
문제는 이듬해 21대 총선.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그리고 힘을 합쳤던 정의당은 172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이유는 분열된 야당 덕분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탄핵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잘못된 공천으로 보수 진영에서도 기대했던 만큼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착각에 빠졌다. 상식에 반하는 조국 수호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승을 거두자 '우리가 곧 민심이고, 민심에 반하더라도 우리가 밀어붙이면 민심을 바꿀 수 있다'는 집단 최면에 걸려들었다. 조국 사태 증후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민주당은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서도 오판을 바로잡지 못했다. 조국 사태 증후군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후년 제22대 총선이 시험대다. 여당은 제대로 정책을 펼치기 위해 과반 의석 확보가 간절하다. 대선, 지선에서 잇따라 패한 야당도 총선에서만큼은 다시 국민의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우기고 버티고 뭉치면 국민들이 2024년 총선에서 다시 한번 압승을 몰아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국 사태 증후군은 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독'이 되는 터라 걱정이다.
[이진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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