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2700兆 빚폭탄`] 집값 20% 떨어지면 `취약 대출자` 집 팔아도 빚 못갚아
기준금리 2%P↑ 대출연체율 급등
주택 가격이 지난 6월 말보다 20% 떨어지면 대출자 100명 가운데 5명은 집 등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기준금리가 6월말보다 2%포인트(p) 높아지면 취약 가계·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집주인 의 11%는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야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22일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융 잠재 리스크(위험)로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부문 부실 위험 확대, 부동산 가격 조정과 동반한 가계·기업 재무 건전성 악화, 비(非)은행 금융기관 복원력 약화 가능성 등을 꼽았다.
우선 기준금리가 지난 6월 말 수준보다 2.0%포인트 오를 경우 취약 가계·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각 1.7%포인트(5.6→7.3%), 3.6%포인트(5.7→9.3%)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취약 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이면서 저소득·저신용자다. 같은 가정하에서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1년 후 부도 상태로 전환될 확률)도 3.52%에서 3.75%로 0.23%포인트 상승했다.
앞으로 주택 가격이 6월 말보다 20% 떨어질 경우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 초과) '고위험' 가구의 비중(전체 대출 가구 기준)이 3.3%에서 4.9%로 뛰었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부동산 가격 경착륙 가능성 등에 대해 "실거래가 기준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이 37∼38% 정도 올랐는데, 올해 11월까지 10.4% 떨어졌기 때문에 급락이라기보다는 조정 국면"이라며 "아직 이 정도 하락은 금융기관이나 가계가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이후 상승률(37∼38%)을 고려할 때, 주택가격 15% 하락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금융기관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건전성에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덧붙였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험이 커질 가능성도 우려됐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0.3%로 떨어지고, 주식·주택가격이 최고점 대비 각 50%, 20% 하락하는 극심한(severe) 충격을 가정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일부 보험·증권사와 저축은행의 자본 비율이 규제 기준을 밑돌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 불균형 위험이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지만, 시장금리 상승이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과 맞물려 금융 부문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잠재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며 "정책당국은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취약 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은은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집주인의 11%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야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가구는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대출을 받더라도 온전히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이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 전세가격 하락 시나리오별 보증금 반환능력을 점검한 결과 보증금 10% 하락 시 집주인(전세임대가구)의 85.1%는 금융자산 처분을 통해 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11.2%는 금융자산 처분과 함께 금융기관 차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고, 3.7%는 금융자산 처분 및 추가 차입으로도 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가구당 평균 약 3000만원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전세자금대출 차주의 부채상환 능력은 비교적 양호하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 기준 전세자금대출 차주 중 고신용자와 고소득자의 비중이 각각 84.7%와 62.7%로 높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1.5%로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전세가격 하락 등 주택임대차시장 여건 변화는 가계부채 누증 완화, 임차자금 조달부담 감소 등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가중으로 인해 임대인의 유동성 및 신용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지만 주택가격 하락 기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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