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어선’ 별명 붙은 이 회사…“실패에서 다음 길을 찾았죠”
토스, 토스증권, 토스뱅크, 토스페이먼츠 등 여러 핀테크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최근 책을 한 권 냈다.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이래 각종 규제와 부딪히고, 때로는 없던 제도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총망라한 <유난한 도전>(정경화 지음, 북스톤)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책의 지은이는 ‘토스팀’(토스 구성원들이 회사를 가리킬 때 즐겨 쓰는 표현)이 아니다. 책은 <조선일보>에 2012년 기자로 입사해 8년간 일한 뒤 2020년 토스에 합류한 정경화(34) 콘텐츠매니저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다른 업무는 접고 책 집필에만 몰두했다. 토스를 창업한 이승건 대표 등 30여명을 인터뷰하고, 이들이 갖고 있던 메모와 회의록 등을 그러모았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사옥에서 만난 저자는 “대체로 실패하고 간혹 성공하면서, 다음 갈 길을 찾는 걸 즐기는 유난스러운 사람들이 모인 회사가 한국에 하나쯤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 막 7쇄를 찍은 걸 보니 반응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을 단지 밥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최소 8시간을 할애하는 대상인 일에서 가치를 못 찾는다면 허무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점점 이 두 부류가 충돌하는 시대가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조직에나 일을 유난스럽게, 진심을 갖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미련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요. 토스팀의 일하는 방식이 반드시 정답이라는 건 아니지만, 각자 자리에서 ‘유난한 도전’의 시간을 보내는 분들께 응원이 되고 싶었어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토스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좇기보다는 자신을 한계로 몰아붙이길 즐기는 이들이 모인 회사로 알려져 있다. 회사 이름 앞글자와 ‘원양어선’을 합해 ‘토양어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정 매니저는 토스가 창업 초기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런 악명을 드높이게 된 속사정을 가감 없이 책에 담았다. 예를 들어, ‘성장통’이라는 제목의 장에서는 한 초기 멤버가 ‘번아웃’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며 동료들에게 남긴 편지를 그대로 실었다.
책엔 토스가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금융 규제 당국, 전통 금융 회사, 빅테크 플랫폼 등 여러 이해 관계자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긴밀하게 협업하며 겪은 우여곡절 또한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승건 대표가 초고를 읽은 뒤 ‘So Vivid!’(아주 생생하네요)라고 적은 메모를 붙여 돌려줬을 정도다. 정 매니저는 “책이 나오고 나서 ‘토스가 카카오를 생각보다 많이 의식했네?’ 하는 반응도 있었는데 그런 내용까지 모두 담으려고 의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팀이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노련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좌충우돌 끝에 지금의 토스가 있다는 걸 드러내지 않는다면 재미도 없고 안 읽히잖아요.”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며 추가 투자를 유치하려 울며 겨자 먹기로 몸값을 낮추거나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마저 나오는 와중에 ‘고속 성장기’를 담은 책을 내놓는 데 따른 부담은 없었을까? 정 매니저는 “고속 성장기를 다뤘다고 하기에는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이 ‘실패’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어 “그게 직접 몸담고 일하면서, 그리고 취재를 하면서 느낀 토스팀의 일하는 문화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책에는 2011년 봄부터 2022년 초까지 약 11년 동안의 이야기가 담겼다. 정 매니저는 “그보다 더 가까운 현재는 마치 살아 숨쉬는 생물 같아서 감히 글로 정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책이 미처 담지 못한 가까운 과거에도 토스는 알뜰폰, 오프라인 결제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정 매니저는 “이런 이야기들은 한 10년쯤 지나서 다시 한 번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신문사에 다닐 때도 회사에서 나눠준 사사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번 책을 쓸 때도 참고를 많이 했고요. 지금은 ‘전통 미디어’로 분류되는 신문사도 100년 전에는 너무나 스타트업스러웠더라고요. 한자를 덜 쓴다거나 국외에서 최신 인쇄기를 들여오는 등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고요. 토스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내 신용 관리’ 서비스를 내놓은 뒤 ‘없던 수요를 창출해 신용 등급 인플레이션 효과를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처럼, 크고 작은 실패 끝에 토스팀과 이용자가 함께 성장하는 순간이 지금보다 잦아진다면 국내 금융 환경도 더 좋아지리라 믿어요.”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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