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여야, 예산-세법 극적 타결…4.6조 감액·법인세 1%p↓

이원광 기자, 김지영 기자 2022. 12. 2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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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2)법인세 1%p 인하·경찰국 예산 50% 삭감·지역상품권 일부 증액…23일 본회의 처리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2022.1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야가 2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는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각 1%포인트(p)씩 인하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관련 예산도 일부 편성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639조원의 정부안 총액 규모를 유지하는 동시에 4조6000억원을 감액하는 데 합의했다. 지역사랑상품권과 공공임대주택 예산 등이 주요 증액 사업으로 꼽힌다.

여야 내년도 예산 '639조' 총액 규모 유지'는 유지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3일 오후 6시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정부안의 총액 규모를 유지하되 4조6000억원을 감액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감액 규모를 고려하면) 증액 사업을 최대 4조6000억원까지 채워넣을 수 있다"며 "639조원의 (총액) 규모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오는 23일 예산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기 전까지 여야 간 막판 증액 협상에 관심이 몰린다. 세입경정까지 고려하면 여야가 증액할 사업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우선 지역사랑상품권과 공공임대주택 관련 사업을 증액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을 위한 예산을 3525억원을 편성키로 했다. 공공분양주택융자사업은 정부안대로 유지하되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융자사업 등 확대를 위해 6600억원을 증액한다.

이어 공공형 노인일자리와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에 957억원을 증액하고 쌀값 안정화 사업에서 400억원을 늘린다. 이 외에도 △전월세 보증금 대출 이차보전 지원 △취약차주 한시 특례보증 규모 확대 △ 0~2세 및 장애아 지원 보육료 인상 △발달장애인 및 장애인 취업 지원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및 청년내일채움공제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 등을 위한 예산도 증액한다.

여야는 또 논란이 된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를 50% 감액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원안 고수, 민주당은 전액 삭감 등을 주장했는데 결국 한발씩 물러서는 선에서 접점을 찾았다. 두 기관에 대한 야당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용산공원조성사업은 '용산공원 조성 및 위해성 저감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해 추진한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 예산안 최종 합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법인세 인하, 경찰국, 법무부 인사관리단, 지역화폐 등 그런 부분이 마지막까지 제일 정리가 안됐다"고 설명햇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편성과 관련해선 "끝까지 (윤석열정부의) 철학과 안 맞았다"면서도 "이제 기간을 넘겨서 준예산을 갈 수도 없고 그런 점 때문에 타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합의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2022.12.22.
법인세 구간별 1%p 인하 합의…與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정규 편성 쟁취
관심을 모았던 법인세와 관련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각각 1%포인트(p)씩 세율을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2억원 이하(세율 10%) △2억~200억원(20%) △200억~3000억원(22%) △3000억원 초과(25%)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를 각각 1%p씩 낮추는 방식이다. 이로써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4%로 낮아진다.

법인세는 여야 간 예산안 및 세법개정안 협상을 가로막는 마지막 걸림돌로 작용했다. 여야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해외 기업 유치 및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 접점을 찾는 데 성공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법인세 비율은 3.4%로 파악됐다. 같은해 기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주요 국가는 △캐나다 4.2% △일본 3.1% △영국·프랑스 2.3% △이탈리아 2.1% △독일 1.7% △미국 1.3% 등 수치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3%p를 낮추는 안과 구간을 단순화하는 안을 가져왔는데 그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최종적으로 형평성 차원에서 현행 구간은 그대로 두고 윗구간과 아랫구간 모두 1%p씩 인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당초 자신들 안인 3%p 인하가 어려우면 1%p 씩이라도 낮춰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합의내용은) 그런 것들을 감안한 실용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2025년까지 2년 유예된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이 5000만원이 넘으면 이 중 20%(3억원 초과 시 25%)를 분리 과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를 반대했으나 증시 위축 상황 등을 고려해 2년 유예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여야가 막판까지 치열하게 논쟁했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보유금액 기준은 기존대로 10억원으로 정했다. 정부·여당은 해당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려고 했으나 이번엔 민주당 안에 수긍했다. 증권거래세는 내년 0.2%, 2024년 0.18%, 2025년 0.15% 등 단계적으로 낮춘다.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액이 기존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12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주택자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은 유지되나 세율을 2~5% 수준으로 조정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합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 김성환 정책위의장, 박홍근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2022.12.22.
일몰 조항 법개정, 28일 본회의 열기로 합의
여야는 또 올해 말 일몰 조항을 포함한 법들의 개정안 처리를 위해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화물차운수사업법, 근로기준법, 한전공사법, 가스공사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민주당은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바 있다. 한전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2배에서 5배로 높이는 한전공사법 개정안은 지난 8일 본회의에서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또는 기권하면서 부결됐다. 해당 법안은 회사채 발행 한도를 2배에서 5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6배의 범위 내에서 발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은 2027년까지만 유지하는 5년 일몰 내용이 추가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간 영세 중소기업들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기한이 현장되지 않으면 사업자들이 모두 범죄자가 되고 최악의 경우 사업존폐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일몰 연장을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합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2.12.22.


양당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예산안 늑장 처리에 사과했다.

주 원내대표는 "법정기한인 12월2일을 지나고 많이 초조해졌다. 정기국회 기간인 12월9일을 넘기고는 정말 안절부절이었다"며 "그래도 예측가능하게 국가 예산이 재정, 집행돼야 한다는 생각에 수십차례 만나서 서로 의견을 좁히고 조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 여당이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철학이 반영될 수 있는 예산을 많이 반영하고자 했다"며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예산이 제때 제대로 집행돼 위기를 극복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법정시한이나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 처리가 안됐고 국회의장이 정한 시한까지 지연되면서 원내 제1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해왔다"며 "여야 입장차가 소위 세법 문제를 비롯해서 시행령 예산 관련해서 있었지만 더이상 국민에게 누를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 등으로 협상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타협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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