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새우 두 마리 모여도 새우”…당권 판도 ‘흔들기’ 시작?
“새우 둘 모여도 고래 안 돼”
윤리위 징계 후 첫 적극 발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공개 강연에서 “개인을 바라보고 설계하는 절차는 절대 실패한다”고 말했다. 최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전당대회 룰 개정을 비판한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새우 두 마리가 모이면 새우 두 마리”라고 낮잡아 말했다. 지난 10월 검찰 송치 후 공개 활동에 조심스럽던 모습에서 적극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전 대표가 활동을 재개할 경우 차기 당권을 둘러싼 물밑 경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고려대학교 정경대에서 ‘보수주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헌·당규를 언급하며 “누구를 쫒아내기 위해 제도 만들었다? 그만큼 위험한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김장연대’와 관련해서는 “새우 두 마리가 모이면 새우 두 마리”라며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장연대는 일찍이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 의원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근)’ 장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대를 모색한다는 뜻이다. 이 전 대표는 재임 시절 친윤계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한 것은 지난 7월 윤리위 징계 후 5개월 만이다. 그 사이 지난 8월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효력 정지 가처분 심리를 위해 서울 남부지법에, 지난달 28일 허은아 의원의 출간 기념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자기 변호 또는 조연 역할에 그쳤다. 특히 검찰 송치 이후엔 발언을 더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허 의원 출판기념회 때 ‘요즘 당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 생각 없다”며 답을 피했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메시지는 오프라인보다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통됐다.
이 전 대표의 정치 활동 재개는 당대표 선거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대표와 친분이 있는 당권 주자는 유 전 의원인데, 최근 비대위의 룰 개정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중도층 지지세가 강한 유 전 의원 입장에서 새 규칙인 ‘당원 투표 100%’ 반영은 불리한 조건이다. 새로이 도입된 결선투표도 당 주류에게 유리한 제도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지지율 향배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재임 기간 급증한 책임당원이 변수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전당대회에서 뽑았을 때 20만 당원에서 (지금은) 80만 당원으로 늘어났다”며 성과를 제시한 바 있다. 당 사무처는 전대가 열릴 내년 3월쯤엔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20·30대 책임당원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그가 이날을 기점으로 정치 활동을 본격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당원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할 플랫폼을 직접 구축 중이며, 자신의 정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책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정치 활동에 본격 뛰어들기엔 당면 활동이 많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의 운신이 어려운 현실적 제약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자신의 성비위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외려 무고 혐의로 검찰 송치됐는데, 수사 결과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윤리위 징계로 자리를 비운 사이 좁아진 당내 입지도 고민거리다. 당대표 선거에서 러닝메이트로 출마할 ‘친유승민·친이준석’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당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유 전 의원은 현재까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의 유 전 의원 지지 의사도 공식 표명된 적은 없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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