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는 ‘환영’, 대주주 요건 10억 유지는 ‘불안’...“일부 종목 실망 매물 나올 듯”
며칠 안 남은 증시에 대주주 매물 폭탄 우려도 나와
여야가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고 대주주 기준도 기존과 동일하게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증권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자극될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수익 중 연간 기준 5000만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를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3억원 초과분은 25%(지방세 포함 27.5%)가 매겨진다. 지금까지는 10억원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등 대주주 요건에 포함된 투자자에 대해서만 양도차익에 과세했지만, 내년 1월부터 모든 투자자에게 이를 과세하기로 했는데 2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증시가 너무 부진한 상황이고 금투세의 내용도 모호한 부분이 많은 상황에서 법 시행 유예는 바람직하다”라면서 “단순 유예가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여러 가지 상황을 되짚어보고 (금투세 도입 방안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금투세 유예는 합리적인 조치”라며 “만약 금투세가 강행됐다면 지금처럼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실을 입은 상태인 증시에서 개인투자자 손실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금투세 유예에 대한 의사결정이 좀 더 빨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지난 1월에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일부 대형 증권사에서는 수십억원을 들여 금투세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는 대체로 금투세 시행에 동의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라면서 “최소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금투세 관련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런 비용이 2년간 매몰비용이 됐다. 많게는 100억원을 투자한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가 10억원의 대주주 요건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며칠 남지 않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높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한다. 대주주로 정해지면 이듬해 발생한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을 내야한다. 정부는 이를 바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할 계획이었다. 또 대주주인지 여부를 판별할 때 배우자 등 본인 외의 기타 주주 보유액을 합산하지 않고 본인의 보유액만 과세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런 대주주 요건도 10억원으로 유지됐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은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한) 지금 같은 결정은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당장 내일부터 실망 매물 던지기 시작할 것이고 연말은 산타랠리가 아니라 데스랠리, 죽음의 장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년에도 대주주들의 매도 물량이 그리 크지는 않아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라면서도 “다만 시총이 작은 종목 위주로 일부 종목에서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나올 수 있고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자극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국회 기획재정위)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주주로 지정돼 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투자자는 6045명으로 같은 해 개인투자자(914만명)의 0.07%를 차지했다. 이들은 이해 7조2871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어 1조5462억원의 양도세를 납부했다. 1인당 평균 양도 차익은 12억547만원, 1인당 납부 세액은 2억5579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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