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혁명의 선봉장, JWST [고재현의 물리학의 창]
편집자주
분광학과 광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고재현 교수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현상과 과학계의 최신 발견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조망합니다
12월은 누구에게나 한 해를 돌아보는 시기이겠지만 과학계도 예외는 아니다.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올해를 돌아보는 기획기사를 최근 게재했다. 두 잡지가 공통으로 다룬 주제는 1년 전 발사되어 우주 공간에 자리 잡고 맹렬히 활동 중인 제임스웹 천체망원경(JWST)이다. 특히 사이언스는 올해 과학계에서 가장 획기적 발전을 성취한 사례로 JWST를 선정했다. 과학의 진보는 측정 장치의 혁혁한 개선이나 새로운 장비의 등장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허블 망원경의 뒤를 이은 JWST도 대표적 예로 역사에 기록될 듯싶다.
JWST는 왜 특별할까? JWST는 인류가 우주에 쏘아 올린 망원경 중 가장 강력하다. 강력한 망원경은 더 희미한 빛을 모을 수 있고 더 멀리 볼 수 있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기 때문에 더 멀리 본다는 것은 더 먼 과거에서 출발한 빛, 즉 더 먼 과거의 우주를 본다는 의미다. JWST는 빅뱅 후 약 3.5억~4억 년이 지난 초기 은하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약 138억 년으로 추정하는 우주의 나이를 고려하면 JWST가 초기 우주에서 탄생한 별들과 은하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 천문학계의 기대가 크다.
이 강력한 망원경은 외계행성의 연구에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작동 초기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수증기나 이산화탄소를 발견했던 JWST는 최근 WASP-39b로 명명된 외계행성 대기에 수증기, 나트륨, 칼륨,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에다 이산화황까지 존재함을 밝혔다. 이를 통해 이 행성의 대기에서 빛에 의해 촉발되는 화학적 변화까지 추정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외계행성이 처음 발견된 이래 인류는 이제 700광년이나 떨어진 외계행성의 대기를 상세히 분석하는 단계에 올라선 것이다.
망원경의 방향을 지상에서 우주로 돌린 첫 번째 사람은 아마도 17세기 초 갈릴레오 갈릴레이였을 것이다. 그의 손에 들린 작은 굴절 망원경은 목성 주위를 도는 네 개의 위성을 보여줬다. 이는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는, 당시까지 1500년 이상 지속되어온 천동설을 뒤흔든 발견이었다. 이로 인해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 회부되는 고초를 겪었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이론 및 동시대인 케플러의 연구 등에 힘입어 지동설은 점차 뿌리내려 갔다. 결국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지위로 격하됐다.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인식을 바꾼 또 다른 망원경으로 1920년대 윌슨산에 설치된 직경 2.5m의 후커 망원경이 있다. 당시 천문학계의 논쟁 중 하나는 태양이 속한 우리 은하 외부에 독립적인 은하들이 존재하는가 여부였다. 허블과 휴메이슨은 윌슨산 망원경을 이용해 안드로메다 은하가 우리 은하의 외부에 존재한다는 확고한 증거를 제시했다. 이로 인해 태양이 속한 우리 은하는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은하들 중 하나의 위치로 내려왔다.
21세기 천문학은 지구의 지위를 또 다른 면에서 바꾸고 있다. 2022년 12월을 기점으로 인류는 5,22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수천억 개의 별로 구성된 우리 은하는 분명 그보다 더 많은 수의 행성들로 넘쳐날 것이다. 그중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지구는 천문학적으로 많은 행성들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에만 생명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교만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외계행성 탐색기술이 더 발전하면 인류는 머지않아 외계행성에서 생명의 지표를 발견할 기술적 수준에 도달할 것 같다. 지구 밖 생명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인류의 사고와 문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쩌면 인류는 갈릴레이와 허블의 발견을 뛰어넘는 천문학적 대전환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변화의 선두에 JWST가 있다.
고재현 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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