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그때 뭘 믿고…채권으로 두달만에 年20% 대박

강봉진 기자(bong@mk.co.kr),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2. 12. 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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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신세계·롯데·유암코 등
연초 공모 회사채 발행 봇물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별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자금시장 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온 한국전력 채권 발행금리가 두달여만에 4% 초반대로 떨어졌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전채 입찰 마감결과 2년 만기의 경우 4.15%에 3000억원이, 3년 만기는 4.45%에 1600억원이 낙찰됐다.

연초 2%대였던 한전채 발행금리는 9월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 직후 급등해 지난 10월28일 입찰 당시에는 2년과 3년만기 발행금리가 각 5.90%, 5.99%까지 치솟았다. 당시 투자자의 응찰금리는 6%를 넘어섰지만 채권 발행액을 조절하며, 사실상 발행금리를 5%대로 유지한 측면이 있다.

한전채 발행금리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한전채 발행금리가 최고였던 지난 10월 28일 5.9%에 발행된 한전채에 투자한 투자자들 수익률 역시 높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안정적인 한전이 고금리 상품을 발행하면서 많은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대거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0월 28일 발행된 한전채에 투자했다가 현재 만기수익률(YTM)인 4.64%에 매각했다고 가정할 경우 평가차익만 따져도 연환산으로 14.6%에 이른다. 여기에 이자까지 고려할 경우 연 환산 수익률은 20.5%(세전)에 달한다. 22일 발행금리(4.15%)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이자까지 고려한 연환산 수익률은 세전으로 26.3%까지 높아진다.

연말 채권시장의 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연초 자금조달을 위한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공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포스코(신용등급 AA+), LG유플러스(AA), KT(AAA), 신세계(AA) 등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건설(롯데케미칼 보증, AA+), 롯데제과(AA)에서 발행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기업 구조조정·부실채권 전문기업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AA)도 내년 1월 700억원 규모 채권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한 증권사 투자금융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채권발행을 미뤘던 기업들이 시장상황이 다소 나아지자 일찌감치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 같다”면서도 “건설업종과 (신용등급) A급 기업의 경우 자금조달이 여전히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기업 중심, 상대적으로 양호한 업종 중심으로 차별적으로 회사채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화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조치 중 채권시장을 꼽으며 국고채, 지방채, 한전채 발행물량 축소 발행시기 조절 등을 통해 시장안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또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회사채 투자시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하이일드 펀드가 저신용 채권(BBB+이하)을 45% 이상 편입할 경우 분리과세를 검토키로 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거시경제 안정성 관리와 민생 회복 대책 등이 다수 나열됐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이라며 “국내 잉여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한 것으로 미국 금리인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겠지만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모두 최근 롯데건설(신용등급 A+)과 태영건설(A)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한신평과 한기평은 중견건설사인 한신공영(신용등급 BBB+)의 등급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내렸다. 한신평은 이달 중순 동부건설(신용등급 BBB)에 대한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내린 바 있는데 시간을 두고 상당수 건설사에 대한 등급전망이 하향조정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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