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2696조 위험 노출…집값·PF 부실 관리해야”
앞으로 전세값이 10% 떨어지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가구가 4%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부동산 가격이 30% 넘게 하락하면 상당수 저축은행들은 건전성에 타격을 받아 규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집값이 급락할 경우 임차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금융기관들은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금으로서는 위기 가능성이 높지 않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를 유도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 9월 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는 2696조6천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5.9%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보다 649조1천억원(31.7%) 뛰었다. 이는 부동산과 관련된 가계·기업 대출, 금융투자상품 등을 모두 더한 숫자다. 가계부채는 주춤한 반면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이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은 이유다.
한은은 특히 부동산 피에프 부실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와 달리 피에프 대출 연체율이 0%대에 불과하고 금융기관들의 자본 여력도 양호하지만, 또 다른 위기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번에는 금리가 높고 집값 하락세도 가파르며, 부동산금융 규모 자체가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제2 금융권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확대됐다. 지난 9월 말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각각 21.8%, 22.7%로 은행 쪽(18.1%, 11.9%)보다 크게 높았다. 은행들은 건전성 강화에 집중한 반면 비은행권은 수익성 제고에 주력한 결과다. 피에프 대출도 비은행 금융기관은 지난 9년간 5배로 불린 반면, 은행들은 1.4배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 분석 결과,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가 3년 동안 30% 떨어지면 저축은행 전체의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8.1%로 규제 수준(8%)을 겨우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상당수의 개별 저축은행들은 규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증권사도 자본비율이 지금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 쪽에서도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올해 6월 말보다 주택 가격이 20% 떨어지는 경우,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고위험가구의 비중이 3.3%에서 4.9%로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를 기준으로 고위험가구 규모를 추산해본 것이다.
최근 내림폭이 확대되고 있는 전세값도 가계대출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금융 부담이 줄어들지만,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빚을 더 내지 않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는 탓이다.
한은이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전세값이 10% 떨어져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도 금융자산을 팔거나 추가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가구는 전체 전세임대가구의 96.3%였다. 나머지 3.7%는 돌려줄 방법을 찾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대신 갚아주는 전세보증금 등은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다.
한은은 “주택 부문에서의 미분양 해소 지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주택 수요 기반을 안정화시키고 관련 사업보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부동산 기업금융 취급 한도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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