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이 짐을 내려놓는다…최지민+김대유, 타이거즈 좌완 불펜왕국 기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준영이 짐을 내려놓는다.
KIA 왼손 불펜 이준영은 올 시즌 75경기서 1승1패1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2.91로 맹활약했다. 생애 최고의 활약이었다. 투구동작에 들어갈 때 오른팔의 높이를 조금 낮췄다. 왼팔과 오른팔을 수평으로 맞추면서 스윙폭도 조정하고, 부상을 예방하며 투구밸런스를 다잡았다.
투구이닝은 46⅓이닝에 불과했지만, 등판경기가 시즌의 절반을 조금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실질적으로 이준영 외에 경기후반 박빙 승부서 내보낼 왼손 스페셜리스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올 시즌 이준영은 최소 75경기서 미리 몸을 풀고 대기하며 에너지를 소비했다고 보면 된다.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불펜에서 던지는 공도 엄연히 에너지 소모다.
그런 측면에서 2023시즌은 조금 다른 양상을 기대할만하다. KIA 마운드가 왼손투수 왕국으로 거듭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올 시즌 선발진부터 좌완 일색이었다. 여기에 김기훈이 본격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며, 신인 윤영철도 1군 풀타임에 도전한다.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5선발 경쟁을 펼칠 듯하다. 그러나 여차하면 불펜에 가세할 수도 있다. 김기훈의 경우 전역 후 곧바로 불펜에 가세해 이준영의 몫을 조금 덜어줬다. 두 사람이 전부가 아니다. 내년에 전문 좌완 불펜이 두 명이나 1군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우선 박동원(LG)의 보상선수로 입단한 김대유가 주인공이다.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왼손 사이드암 김대유는 투구폼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 우타자 상대로도 생산력이 괜찮지만, 역시 좌타자 저격수라고 봐야 한다. 김대유는 불펜 왕국 LG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했던 투수다. 당장 이준영의 몫을 덜어줄 강력한 후보다.
여기에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최지민이 급성장한 모습이다. 강릉고를 졸업한 좌완 신인 최지민은 올 시즌 6경기서 평균자책점 13.50으로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쾌조의 페이스였으나 시범경기부터 흔들렸고, 시즌 초반 기회를 받았음에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지민은 질롱코리아에서 9경기에 등판, 10이닝 동안 1자책(5실점) 평균자책점 0.90으로 좋은 페이스다. WHIP 1.00에 피안타율 0.231, 피OPS 0.549. 리그의 수준 차, 스트라이크 존 등을 감안할 때 이 기록들을 1군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건 무리가 있긴 하다. 다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건 분명하다.
KIA 불펜은 장기적으로 트리플J(정해영, 장현식, 전상현)의 과도한 의존도를 해결해야 한다. 내년에는 이준영과 함께 김대유, 2년차를 맞이할 최지민 등 좌완 불펜이 풍성해질 분위기다. 김기훈이나 윤영철 중 최소 한 명은 불펜에 합류할 수 있다. 이준영이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KIA 왼손 불펜이 풍요로워질 조짐이다.
[최지민(위), 김대유(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