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필즈상 수상자도 놀랐다! 수학계 난제 푼 고3
[EBS 뉴스]
서현아 앵커
미국에선 고3 학생이 수학계 난제를 풀어 화제입니다.
매사추세츠공대에 진학한 '다니엘 라슨'이 그 주인공인데요.
어린 나이에 이런 성과를 이룬 비결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수학동아의 조가현 편집장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다니엘 라슨, 지금은 대학교 1학년 학생인데요, 고3 때 모두가 풀지 못한 문제를 풀었어요.
어떤 문제인가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다니엘 라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1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의 성질을 연구하는 정수론의 30년 묵은 난제를 푼 사실이 알려져 화제입니다.
2022 필즈상 수상자인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수학자도 못 푼 방식으로 카마이클 수에 관한 문제를 증명했다"며, 본인의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을 이용해 고3 학생이 8개월 만에 문제를 해결한 것이 놀랍다고 <수학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습니다.
서현아 앵커
수학자도 못 푼 방식으로 증명했다는 건데, 라슨 학생은 어떻게 이 정수론 난제를 풀게 됐을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라슨 학생은 중학교 2학년 무렵 다큐멘터리 '무한으로부터 수 세기(Counting from Infinity)'를 한 대학교 강연장에서 본 후 중국계 수학자 이탕 장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수학과 교수에게 매료됩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장 교수가 어려움 속에서도 수학 연구의 끈을 놓지 않고 틈틈이 연구해 2013년 수학계 대표 난제인 '쌍둥이 소수 추측'에 관한 성과를 내며 일약 수학계 스타로 떠오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소수에 관심이 있었던 라슨 학생은 무명의 수학자가 모든 수학자가 풀고 싶어 하는 문제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답니다.
이후 라슨 학생은 장 교수가 연구했던 쌍둥이 소수 추측 풀기에 도전합니다.
서현아 앵커
혼자서 이런 난제를 푼 장 교수도 대단하지만, 장 교수에 매료돼 그가 연구했던 문제에 도전한 라슨 학생도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먼저 장 교수의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 논문을 읽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중학교에서 배운 개념만으로는 논문을 이해하기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2년이 지나자 함수 계산은 그나마 따라갈 수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수학 개념이나 전체적인 구조는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 교수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한 2022 필즈상 수상자인 제임스 메이나드 교수의 논문을 하나하나 따라 써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답니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정수론 공부를 하다 보니 연구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에만 2년이나 걸렸다네요.
서현아 앵커
논문을 하나하나 써 보았다고 하니까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렸겠습니까?
연구를 이해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을 투자했나 봅니다.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라슨 학생은 장 교수의 논문 2년, 메이나드 교수의 논문 2년 총 4년을 논문을 이해하는데 쏟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소수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카마이클 수'가 무한하다는 증명이 담긴 1994년 논문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쌍둥이 소수 추측 도전에 앞서 이 문제를 풀기로 합니다.
서현아 앵커
생소한 개념이 있어서 하나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는데요.
소수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는 '카마이클 수'가 어떤 개념일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카마이클 수는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가지는 소수와 성질이 유사해 소수를 대신해 암호학에 활용되는 수입니다.
1910년 미국 수학자 로버트 다니엘 카마이클이 처음으로 카마이클 수의 최솟값이 561이라는 것을 알아내 그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수학자들은 카마이클 수가 소수의 또 다른 성질을 만족하는지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1994년 2와 4 사이에 소수 3이, 10과 20 사이에 소수 11, 13, 17, 19가 있듯이 3보다 큰 자연수가 있을 때 X와 2X 사이에 소수가 무조건 존재한다는 '베르트랑 가설'이 카마이클 수에도 적용될 거로 추측했습니다.
2016년 메이나드 교수는 소수의 분포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라슨 학생은 여기에 나온 방법을 활용해 자연수 X가 충분히 클 때 X와 2X 사이에 카마이클 수가 항상 존재하며, 최소 몇 개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수식을 알아냈습니다.
서현아 앵커
요즘 현대사회로 올수록 보안 때문에 암호학이 중요해지고 있잖아요.
그런쪽으로도 응용이 될 수 있다는거겠죠?
메이나드 교수도 이 사실을 알고 놀라워했을 것 같은데, 수학동아의 인터뷰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죠?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메이나드 교수는 수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라슨이 메일로 내 논문에 대해 질문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땐 누군지 몰랐는데 당시 청소년이었던 걸 최근 라슨 학생의 기사를 통해 알았다"고 놀라워했습니다.
또한 라슨 학생의 연구에 관해서도 "몇몇 수학자가 내 논문에 나온 방법을 이용해 카마이클 수에 적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며, "라슨의 증명은 기존의 수학자들도 떠올리지 못한 전략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전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고3은 입시 준비만으로도 바쁜 때인데요, 라슨 학생은 어떻게 이 난제를 풀 수 있었습니까?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라슨 학생은 8개월 동안 매일 2시간씩 480시간을 연구해 이 문제를 풀었다고 합니다.
증명이 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분야 최고 수학자인 앤드루 그랜빌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조언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논문은 2022년 7월 수학 학술지 <국제수학연구보고>에 실렸습니다.
서현아 앵커
'수학동아'에서 직접 이 학생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라슨 학생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라슨 학생은 처음 이 문제에 도전할 때 이렇게 빨리 풀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져서 어떤 재밌는 활동이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이 연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고3이었는데 이런 연구를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이번 연구 활동이 MIT 합격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랫동안 수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과정을 에세이로 적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이번 연구를 한 과정을 잘 정리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수학·과학경시대회인 '리제네론 과학경시대회'에서 발표해 최종 4등을 차지했는데, 이 수상이 MIT 합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그게 뭐가 됐든지 8개월 동안이나 포기하지 않고 한 문제를 푼다는 게 굉장히 대단한 일입니다.
그 비결은 뭘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라슨 학생은 그 비결로 긍정적인 성격을 꼽았습니다.
그는 대체로 모든 일에 긍정적이라면서 문제가 안 풀려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것이 수학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문제가 조금 안 풀리더라도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했습니다.
그렇다면 라슨 학생이 수학을 잘 할 수 있었던 비법이 따로 있을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라슨 학생은 수학을 잘하는 비법으로 수학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머릿속에서 문제를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이 문제에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 따져 보기도 한다며, 일단 문제가 떠오르면 수학 질의응답 사이트인 '매스오버플로우(MathOverFlow)'에 가서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이후 참고가 될 만한 논문을 찾고, 또 관련 논문을 찾고,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넘어가면서 수학을 공부한다고 소개했습니다.
문제를 풀 땐 최대한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대부분 안 풀리는 게 당연하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나가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라슨 학생의 앞으로의 꿈은 뭘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라슨 학생의 꿈은 수학자인데요.
수학의 가장 큰 매력이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서 문제를 푸는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2006 필즈상 수상자 테렌스 타오, 2022 필즈상 수상자 제임스 메이나드 교수 모두 그렇게 난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이분들처럼 여러 분야의 방법론을 이용해서 하나의 문제를 푸는 수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실 우리 고 3 학생들은 제한된 시간에 빨리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인데요.
좋아하는 문제에 이렇게 꾸준히 매달리고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 그 환경이 바로 난제를 풀게 한 비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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