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병훈 칼럼] 부동산 연착륙 방안, 정부가 놓친 것은?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올해 10월 전년동월대비 서울은 15.7%, 전국은 11.75% 하락했다. 동기간 중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0.75%에서 3.00%로 2.25%p 상승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상되고,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택 매매거래도 서울에서 68.3%, 전국에서 61.9% 감소하는 등 거래절벽이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해 2017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금융기관들과 건설사들의 도산으로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올해 3분기말 가계대출 잔액은 1756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00억원 감소했으나 여전히 2021년 국내총생산의 84.8%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다수 영끌족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금융기관들은 담보물건인 부동산을 처분해도 원리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을 떠안게 된다. 또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로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신용 보강을 내준 건설사와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부동산시장 연착륙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올해 4월 학술지에 게재한 필자의 논문에 따르면, 금리가 상승해도 주택가격의 하락 폭은 크지 않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가계들은 이자비용이 증가해 소비지출을 줄이거나 보유한 주택을 팔아 대출을 상환한다. 반면에 예금이 많은 자산가들은 이자소득이 증가해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긴다. 이자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없어 영끌족들이 매도한 부동산은 이자소득이 증가한 자산가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자산이 된다. 따라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끌족들의 주택 수요 감소는 자산가들의 주택 수요 증가로 일정 부분 상쇄돼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왜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와 취득세 중과 때문에 이자소득이 늘어난 자산가들의 주택 수요가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종부세법 개정안과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려는 시도는 이자소득이 증가한 자산가들의 주택 수요 증가로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아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현재의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한 후 한국 경제의 자산 불평등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소득이 증가한 자산가들만 저가로 부동산을 매수해 향후 부동산 가격 회복으로 인한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주택자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무주택자들 첫 집 장만의 유용한 수단인 주택청약을 통한 신축아파트 구매를 막는 규제들을 풀어줘야 한다. 예를 들면, 분양가 12억원 초과 아파트 중도금 대출 금지 규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신규 아파트 입주자의 과도한 실거주 의무 등이다.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건설비용까지 상승하며 신축아파트의 분양가가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 청약시장에서 그동안 가장 수요가 많았던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2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진 경우가 많아졌다. 실거주 의무 역시 분양가의 30%에 달하는 잔금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지불한 후, 저축을 통해 미래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고 아파트에 입주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의 청약을 어렵게 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실거주 의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무주택자들의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중도금 대출 규제의 추가적인 완화도 필요하다.
이렇게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에 장애물이 되는 규제들을 철폐하는 것은 무주택자들의 주택 수요를 늘려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무주택자들의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서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 후 자산 불평등도가 악화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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