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人] 美 상·하원 의원들, 항전의지 과시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기립박수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를 방문해 연설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상·하원 국회의원들이 "미국의 도움으로 러시아에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전 의지에 기립박수를 치며 열렬히 호응했습니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을 대상으로 연설했습니다. 여야 상·하원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입장하자 모두 일어서 환호하며 손뼉을 쳤습니다. 박수는 펠로시 의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할 때까지 2분간 이어졌습니다.

지난 3월 영국 의회 화상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연설을 인용해 주목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다음 날인 1941년 12월 8일 미 의회에 전쟁 선포를 요청하며 한 연설을 빌렸습니다.

그는 "미국 국민은 정의로운 힘으로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루스벨트의 연설 구절을 낭독하고는 "우크라이나 국민도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현재 전황을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벨기에의 아르덴 지역에서 독일의 마지막 주요 공세를 힘겹게 저지한 '벌지 전투'에 비유했습니다. 벌지 전투는 인기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2차 대전을 다룬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 대다수 미국인이 알고 있는 전투입니다.

그는 "용맹한 미군이 1944년 크리스마스 때 전선을 방어하고 히틀러의 군대를 격퇴한 것처럼 용맹한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푸틴의 군대를 물리치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내려면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면서 "바흐무트에서의 싸움은 '새러토가 전투'처럼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자유를 위한 전쟁의 궤도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미국 독립전쟁의 전환점인 새러토가 전투에 비유하며 지원을 당부한 것이죠.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에서 전투하는 군인들이 사인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펠로시 의장에게 건넸습니다. 그는 "군인들이 이 국기를 수백만명을 살릴 수 있는 결정권이 있는 미 의회의 상·하원 의원들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깃발을 여기에 두고 그런 결정들을 내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펠로시 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의사당에 게양한 성조기를 전달하며 화답했습니다.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중간중간 여러 차례 일어나 기립박수로 지지를 표현했습니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격적인 미국 방문에 맞춰 우크라이나에 18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는 모두 219억달러(약 28조2000억원)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특히 이번 지원에는 처음으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이 포함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패트리엇은 상당히 비싼 무기입니다. 요격 미사일 한 기당 400만달러(약 51억원)가 들어가는 것으로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추정합니다. 발사대는 대당 1000만달러(약 127억9000만원)입니다.

최소 17개국에 배치돼있습니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이스라엘, 사우디 등입니다. 한국에서도 패트리엇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의 핵심 무기 체계입니다. 미국은 패트리엇 미사일 실전 운용을 위해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제3국에서 제공할 예정입니다. 제3국은 독일의 미군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패트리엇 운용 훈련에는 거의 6개월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