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 김기현, ‘비윤 구심점’ 유승민, 중간에 선 안철수… 달아오르는 당권 레이스

김병관 2022. 12. 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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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룰 변경'을 시작으로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각 주자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김기현이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띄우는 데 주력하는 사이 유승민 전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를 직격하며 당내 비윤계를 결집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장 의원이 주도하는 경남혁신포럼에 당권 주자 중 유일하게 참석한 데 이어 전날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에도 장 의원과 나란히 참석했다.

비윤(비윤석열)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당내 비윤계의 구심점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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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초 與 전당대회 가시권
80만 당원투표 100%… 예측 어려워
당권 주자들, 초반부터 수싸움 치열
김기현, 장제원과 연대설 힘 실어
“김장철 김장 잘 담그는 게 중요”
친윤주자 난립 속 기선잡기 나서
유승민, 尹 직격하며 비윤계 결집
“전대룰 변경, 도전 정신 자극한다”
비윤 구심점 역할… 출마 여부 고심
안철수, TK 방문해 당심 끌어안기
“중도층·2030 끌어올 사람이 돼야”
친윤·비윤 양자구도 속 틈새 전략
내년 3월 초에 치러질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번 전대는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제가 결합된 룰로 치러지는 만큼 초반부터 당권 주자들의 수 싸움이 치열한 양상이다. 당내에선 당원 규모가 80만명이나 되는 만큼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룰’ 개정으로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왼쪽부터 차기 당대표 주자인 김기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장제원 업은 김기현… ‘친윤 대표 주자’ 될까

친윤(친윤석열)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최근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띄우며 ‘친윤 대표 주자’로 자리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대표 격인 장제원 의원과 밀착해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음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22일 SBS라디오에서 “요즘은 김장철이니까 김장을 잘 담그는 것이 중요한 과제 아니겠나”라며 장 의원과의 연대설에 힘을 실었다. 김 의원은 “데이트는 제가 전공”이라며 “(현 배우자와) 열일곱에 만나 13년 연애를 해서 나이 서른에 결혼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전날 김 의원과의 연대설과 관련해 “데이트를 해야 결혼을 결정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한 데 대해 화답한 것이다.

최근 김 의원과 장 의원은 부쩍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장 의원이 주도하는 경남혁신포럼에 당권 주자 중 유일하게 참석한 데 이어 오는 26일 장 의원이 이끄는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도 축사를 할 예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주자들, ‘김장연대’ 집중 견제… 나경원 출마가 변수

김 의원이 김장연대를 부각하는 이유는 친윤 주자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거론되는 친윤 성향의 주자만 김 의원을 포함해 권성동·윤상현·조경태 의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10명 가까이 된다. 이번 전대에서 친윤계가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장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기선 제압에 들어간 것이다. 

다른 당권 주자들도 ‘김장연대’를 집중 견제하고 있다. 친윤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얼마나 못났으면 연대를 하느냐”라며 “장제원 의원의 발언은 전혀 윤심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경태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당대표 선거가 내년 3월인데 3월은 꽃피는 춘삼월이다. 김장철은 지나버린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만약 어떤 연대 움직임이 있다면 그건 혼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다만 김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주자들에 밀리고 있는 점은 불안한 요소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위를 기록하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방침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인기에 부합하는 쉬운 길이 아닌 험하지만, 바른길을 택하고 있다”고 윤심 경쟁을 벌였다. 윤핵관의 맏형인 권성동 의원도 이번 주말 경주 지역을 방문하고, 내년 초 공식 출마 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비윤’ 구심점 된 유승민… ‘배신자 프레임’이 최대 난관

유승민 전 의원은 전대 룰 개정 등을 두고 연일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날 선 표현으로 직격하며 당내 비윤(비윤석열)계를 결집하고 있다. 그는 이날도 MBC라디오에서 당원투표 100% 룰에 대해 “이건 오히려 제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비윤 성향의 원내, 원외 인사들의 지원을 받는 등 ‘비윤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당 전국위원들을 향해 “내일 전대 룰 개정안을 부결시켜 달라”고 했고,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당원 모임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도 반대 성명서를 냈다.  

당원투표만으로 치러지는 이번 전대에서 유 전 의원에게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은 그가 극복해야 할 최대 걸림돌이다. 유 전 의원은 전대 출마 의사도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많은 의견을 듣고 있는데 출마 쪽으로 권하시는 분이 많다. 너무 늦지 않게 결심하겠다”고 했다. 한 비윤계 의원은 “5:5(당원투표:여론조사)로 치러진 지난 경기지사 경선에서도 유 전 의원이 졌는데 (당대표도) 당선되기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안철수, 당심·중도층 동시 겨냥… 지지층 확보 가능할까

‘범윤’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보수의 본산’인 TK(대구·경북)지역을 순회하며 전통 지지층에 다가서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경북 경주 당원협의회에서 강연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다 우리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친윤”이라며 당심에 호소했다. 동시에 안 의원은 합리적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도 내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중도층과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투트랙 전략’으로는 친윤과 비윤 모두에서 확실한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전대 룰’을 놓고 친윤계와 비윤계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당권 경쟁이 양자구도로 좁혀지는 양상”이라며 “계파 갈등에 당원들의 피로감이 쌓이면 안 의원이 지지세를 모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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