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상 유례없는 폭거” 규탄 속 “당과 분리해야” 목소리도 [檢, 이재명 소환통보]

박지원 2022. 12. 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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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사법리스크’에 분위기 흉흉
“검찰, 죽은 사건 다시 살려내 써먹어”
지도부 ‘예견된 일’ 입장 속 대응 논의
28일 광주 민생경청투어 일정 예정
李대표 소환 응할 가능성 매우 낮아
비명계 “피한다고 피해질 사건 아냐
소환 응해야” 주장… 당내 갈등 심화
與 “사필귀정… 방탄국회에 숨지 말라
거짓 선동으로 진실 못 덮어” 맹폭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하면서 야당 내부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정점에 달한 ‘야당탄압’에 맞서 단일대오를 유지한 채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 대표 개인과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며 당내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전 경북 안동시 옥야동 안동중앙시장에서 시민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의 소환통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들이 70여명이나 된다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안동=뉴스1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22일 당사자인 이 대표가 민생경청투어를 위해 경북·강원 지방을 찾은 가운데 일부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소환 통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에 놀랍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소환에 응할지 여부 등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검찰이 소환일로 통보한 28일의 경우 민주당이 진행 중인 민생경청투어 광주광역시 일정이 예정돼 있어 이 대표가 소환에 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검찰이 소환일을 변경하는 등 변수가 생길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가 국회로 돌아오는 23일 지도부 차원에서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소환 통보가 ‘야당탄압’임을 부각하며 당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경찰의 팔을 비틀어 ‘죽은 사건’을 다시 살려내 마침내 이재명 대표 소환에 써먹고 있다”며 “제1야당 대표 소환은 사상 유례없는 폭거”라고 규탄했다. 김 대변인은 “제1야당 대표 소환은 중대 사안인데 사전 조율 한 번 없었다”며 “또 지금은 예산안으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인데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것은 정치를 말살하겠다는 것이고 오로지 수사로 온 세상을 밀어붙이겠다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당 내부에서는 분위기가 갈렸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대장동 수사가 원래 제일 중점적인 수사 사안이었는데 거기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니 성남FC 후원금 의혹 건으로 이 대표를 소환한 걸로 본다”며 “성남FC를 문제 삼을 거면 다른 지자체도 모두 똑같이 털어야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 2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며 당마저 위협한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 대표 개인 리스크가 당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비명계 중진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가 심화하면서 당이 어쨌든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됐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 본인이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결부돼 끼어들어 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대표가 소환에 응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어차피 피한다고 피해질 성격의 사건도 아니므로 당당하게 소환에 응해 의혹을 털고 오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 대표를 향해 ‘사필귀정’이라며 방탄 국회에 숨지 말고 소환에 응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거대 의석의 방패막이 뒤에 잠시 몸을 숨겨볼 순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검찰 수사 과정상 필요시 피의자에게 소환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거짓의 선동으로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애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성남FC인수 목적은 ‘정치적 이득’이지 않았는가. 불법적인 행정도 서슴지 않았던 결과가 부메랑이 돼 ‘사법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피의자 소환은 사필귀정으로 될 것”이라며 “지금은 ‘국민 속으로, 경청 투어’ 행보를 할 때가 아니라 ‘수사 속으로, 고백 투어’ 행보를 할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설마 169석 호위무사 뒤에 숨어 스스로 ‘위리안치’하는 기상천외한 선택은 하지 않을 거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지원·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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