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코레아 파동이 불러올 샌프란시스코의 어두운 미래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에만 통용되지 않는다. 가능성을 따지는 모든 분야에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말이다. 카를로스 코레아의 계약도 마찬가지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지난 주 코레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3년 3억 5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유격수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입단식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더니 결국 계약이 취소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뉴욕 메츠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서둘러 코레아와 12년 3억 1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현지 시간 새벽 3시15분이었다.
코레아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균열이 생긴 지점은 메디컬 테스트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엄청난 계약을 안겨준만큼 매우 꼼꼼하게 코레아의 몸상태를 점검했을 것이다. 일말의 찝찝함도 남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이러한 완벽주의는 이내 양측의 갈등을 불러왔다. 처음부터 끊임없이 의심 받은 코레아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현지 보도에 의하면 샌프란시스코가 지적한 건 코레아의 오른쪽 발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아는 2014년 상위싱글A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종아리 골절과 인대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샌프란시스코는 추후에 이 부위가 다시 말썽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아마추어 드래프트 선수에게 종종 볼 수 있었다. 2021년 전체 10순위 쿠마 라커는 메츠에게 지명됐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어깨와 팔꿈치 이슈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라커는 올해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 2014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브래디 에이켄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팔꿈치 인대 손상을 발견해 계약이 무산됐다.
메이저리그 선수로는 2013년 그랜트 발포어(볼티모어 오리올스) 2018년 오승환(텍사스) 등이 메디컬 테스트에 막혀 계약이 해지된 적이 있지만, 이 정도의 대형 계약이 불발되는 일은 보기 드물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을 무작정 비난할 수 없다. 장기 계약의 결말이 대부분 배드엔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샌프란시스코의 신중함은 이해가 된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는 선수들의 고질적인 부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팀이었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가 샌프란시스코에게 결코 긍정적이지는 않다. 샌프란시스코는 팀의 새로운 간판이 필요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근처가 고향인 애런 저지 영입을 시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쳤지만, 저지는 연봉 4000만 달러를 보장한 뉴욕 양키스에 잔류했다.
저지를 놓치면서 플랜B로 선택한 선수가 코레아였다. 그런데 코레아마저 또 다른 뉴욕 팀 메츠에게 빼앗겼다. 얻은 것은 없지만, 체감적으로 잃은 것이 많다.
선수의 흠집을 구태여 찾으려고 한 행동도 다소 억지스럽다. 코레아의 발목 부상은 코레아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 전의 일이었다. 만약 발목 부상 후유증이 있었다면 이미 유격수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골드글러브의 골드글러브' 플래티넘 글러브를 수상한 유격수가 바로 코레아다. 오히려 커리어 초반 코레아를 괴롭혔던 허리 부상을 걸고넘어졌다면 그나마 납득할 수 있었다.
선수가 계약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그러나 돈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뿌리치고 선호하는 팀을 가는 선수들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일로 선수들 사이에서 굉장히 까다로운 팀으로 각인될 것이다. 앞으로 나올 예비 FA 선수들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생각보다 큰 여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문제로 차갑게 식은 야구 열기를 꼽았다. 샌프란시스코 스포츠 팬들의 60%는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걱정하며, 30%는 NFL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브록 퍼디에 열광한다고 전했다. 야구팀 자이언츠를 언급하는 팬은 열 명 중 한 두 명 정도라고 덧붙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 컬러가 무미건조해진 탓이다.
내년 시즌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할 샌프란시스코는 결과적으로 저지도, 코레아도 데려오지 못했다. 미치 해니거와 션 머나야, 로스 스트리플링이 합류하지만 이들에게 팀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차선책마저 좌절된 샌프란시스코는 내년에도 36세의 브랜든 크로포드가 유격수를 볼 확률이 높아졌다.
2023년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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