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올해 팥 가격 왜 이래?…“동짓날 팥죽 먹기도 힘드네”
이어서 ET콕입니다.
설날 떡국, 대보름날 오곡밥, 추석 송편, 오늘은 동지, 팥죽 먹는 날입니다.
동지(冬至) 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라는 뜻입니다.
24절기 가운데 22번째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요즘은 자도 자도 밤인 것 같죠.
이제 동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질 것입니다.
동지는 아세, ‘작은 설’이라고 부를만큼 특별한 절기로 여겨져 왔습니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도 이런 연유에서 나왔습니다.
[영화 '광해' : "이 팥죽 누가 만들었느냐? 맛나구나. 오늘은 이걸로 됐다. 수라를 내가거라."]
동지팥죽을 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재료라 해봤자 붉은 팥과 찹쌀가루, 소금 정돕니다.
팥을 압력솥에 삶아 물을 조금 넣고 껍질째 믹서에 갈아 팥물을 냅니다.
끓는 팥물에 찹쌀가루로 빚은 새알심을 넣고 저어 주면 완성입니다.
올해 재룟값은 어떨까.
국산 팥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수입팥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수입팥(중품) 도매가격이 40㎏에 27만5,8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6% 올랐습니다.
평년 18만 9,400원과 비교하면 45.6% 올랐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요즘은 직접 팥을 쑤어 먹는 집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선지 동짓날이면 팥죽을 쑤시던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찹쌀 반죽으로 빚은 새알심을 나이 수만큼 먹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동지 팥죽이 아주 잊혀진 음식은 아닙니다.
혹시 할매니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할머니'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팥, 인절미, 흑임자 등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세대를 가리킵니다.
복고풍, 즉 레트로 열풍 속에, 중장년층에 이어 젊은 층을 공략한 간편식 팥죽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습니다.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팥죽을 보면 추위가 누그러지는 듯 합니다.
붉은 팥이 귀신을 물리친다는 속설을 믿어보면서 오늘 팥죽 한 그릇 하신 분들 많을 겁니다.
팥은 철분 비타민이 풍부해서 장 운동과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흉년에는 논 한 마지기와 팥죽 한 동이를 바꿔먹기도 했다 합니다.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호랑이가 "팥죽 한 그릇 주면 안 잡아먹지" 라고 능청을 떨 정도였으니 별식은 별식이었던 듯 합니다.
다만 장과 신장이 약한 사람들은 팥죽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팥 속에는 사포닌 성분이 풍부한데, 과도한 섭취는 설사를 유발해 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동지를 맞이한 마음은 각양각색일 겁니다.
기쁘고 벅찬 사람도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겁니다.
남은 하루 가까운 이들과 팥죽 한 그릇으로 위로하면서 우환 없는 새해를 기원해 보는 건 어떨까요.
새해 달력을 주고 받으며 함께 한 이들의 기념일을 표시해 두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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