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랑이 필요한 때” 신보 ‘In Love’로 돌아온 소프라노 조수미
전 세계 무대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소프라노 조수미가 2019년 ‘마더’ 발매 이후 3년 만에 신보 ‘In Love(사랑할 때)’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사랑하는 시간’이 주요 메시지로, 우리의 언어와 정서를 담은 11곡을 통해 조수미가 생각했던 ‘사랑’에 관한 기억을 구현했다. 앨범 발매일인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조수미는 “사람이 살면서 모든 것에 때가 있는데, 지금은 사랑할 때라고 느꼈다”며 ‘In Love’ 앨범 발매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조수미) 제가 느끼기엔 지금은 사랑할 때라고 느꼈다. 이 앨범을 준비한 시점이 5월인가 6월이었는데, 팬들에게 첫눈이 오는 날 이 앨범을 만나실 수 있을 거라 약속했다. 오늘 너무 기적처럼 눈이 펑펑 오는 날에 이 앨범을 소개하고, 세상에 나오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톱 아티스트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이번 앨범은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손을 잡았을 때 놓기 싫은 것처럼, 그 손에서 떠나지 않는 앨범이 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Q 이번 앨범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조수미) 대니 구 씨와는 유재하 씨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작업했다. 사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인터넷도 없었고 제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유재하 씨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알게 됐다. 곡이 너무 아름다웠다. 원곡을 들었을 때 색다른 느낌을 받고 감동받아 곡을 만들었다. 홍진호 첼리스트와는 ‘연’이라는 노래를 함께 연주했다.
이번 앨범은 전통적인 가곡 앨범은 아니다. 우리나라 가곡에 대해서 올해가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께서 가곡을 어려워하시고 우리나라 노래임에도 힘들어하시는 걸 느꼈다. 때문에 편곡, 노래 창법에서 여러분들이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준비 끝에 제 모든 열정과 혼, 시간 등이 담아 프로듀싱을 했다. 제가 왜 이 앨범에 이렇게 정성을 쏟나 생각했는데, 지금이 딱 사랑할 때란 느낌이 너무 강하게 왔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누구나 외롭고 힘들고 고독한 삶에서 진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고, 사랑을 할 때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값진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첫사랑이 잊혀지기 전에 이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작업 과정에서 앨범의 애절함이 잘 담긴 거 같다.
(감독 최진) 음반 작업을 하면서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그 곡에 담겨 있는 느낌이다. 늬앙스를 잘 살려내는 듯한 표현을 찾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했던 거 같다. 음반 작업을 할 때 인공적인 가미가 종종 있지만, 이번 선생님 음반에는 전혀 없었다. 그 느낌 하나하나를 찾기 위해 테이크를 수없이 반복해 만든 결과물인 것 같다. 그 열정을 생각해보면, 더욱 더 젊어지는 조수미와 작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에게는 그게 깊이 남아 있다.
(조수미)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작곡하신 모든 분들은 지금도 생존해 계신다. (클래식과는 다르게) 음악적인 해석에 도움도, 의견도 주실 수 있었다. 이분들이 들었을 때 ‘내가 작곡한 곡을 이렇게 해석을 했구나’하고 마음에 들어야 하는 점도 고려했다. 이번 앨범엔 소프라노 소리가 없이 제가 느끼는 대로 자연스럽게 불러, 가사를 정확히 느낄 수 있다. 편곡도 아름답고 판타스틱하게 됐다. 우리나라 고유 악기부터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이 들어가서 우리나라 과거, 현재, 미래가 들어가 있다. 올 겨울을 아름답게, 로맨틱하게 보낼 수 있는 새해 선물,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앨범에서 조수미와 함께 듀엣곡 ‘첫사랑’을 부른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은 “우리 가곡은 특히나 시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 안에 한과 민족만의 정서가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 가곡의 경우 조금 더 한에 치우쳐 있거나, 한을 극복하는 해학적 요소 등이 있다. 제가 느끼는 가곡의 매력은 지금 현 시대 안에서 사랑할 때,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보듬어줄 수 있는 위로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은) 요즘 말하는 가요와 경계가 있다기보단 클래식적으로 풀었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듯 위로가 될 수 있는 곡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수미) 그 곡은 사실 새로 창작된 곡이다. 원래는 ‘사랑할 때’가 아니었는데, 앨범 콘셉트와 맞게 바꿨다. 그 곡엔 가사가 안 들어가는 보컬 곡이다. 사랑할 때의 그 느낌, ‘싸’하고, 섹시하고, 꿈꾸는 듯한 느낌이 가사로는 전달이 안될 거 같아서 모던하면서도, 센슈얼하게 표현했다. 이번 앨범에 메인 곡은 없다. 11곡이 전부 메인 곡이다.
Q 앨범 곡을 정할 때 음악적인 기준에서 집중한 부분은 무엇인가.
(조수미) 음악적으로 어렵거나 해석이 힘든 곡은 배제했다. 클래식하면서도 굉장히 크로스오버적인 느낌의 곡을 찾았다. 배경으로 봤을 때 눈처럼 느껴지는 곡이다. 1980년대 작곡된 곡부터 2022년에 작곡된 곡까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서 모든 곡들의 성향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편곡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 풀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가고 피아노 반주, 재즈, 국악,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곡마다 다른 색을 내려고 노력을 했다.
Q 이번 앨범에서 후배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크로스오버를 이뤘다. 선생님이 지향하시는 음악적 방향성 혹은 지향점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가.
(조수미) 이 앨범은 클래식 정통 아티스트로서 가끔씩 하는 바캉스 음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는 지금 계속 해외에서는 클래식만 하다 보니, 이런 크로스오버를 할 기회가 없다. 이 앨범은 쉬고 싶을 때, 편안할 때 찾는 선물 같은 음악이 되었으면 한다. 그 다음 프로젝트로는 프랑스 가곡이든지, 러시아 아리아 등이 계속 있다 보니, 이런 앨범을 기획하는 것은 제게 특별하다. 가끔 가요 앨범, 영화 음악 등을 작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시는 걸 보고 좀 더 잘해야겠다, 더 많이 해드려야겠다 생각한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SMI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0호 (22.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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