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한 번 꼴로 청와대 찾는 윤 대통령…영빈관 ‘3일 연속’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계획 당분간 ‘없음’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발걸음이 늘고 있다. 지난 5일 공식 행사에 처음 활용한 이후 22일까지 18일동안 사흘에 한 번 꼴로 청와대를 찾았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 영빈관을 신축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데다 최근 직접 소통 행보를 확대하는 국면과 맞물려 사용 빈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으로 대통령과학장학생과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을 초청해 ‘미래 과학자와의 대화’ 행사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영빈관에서 열린 6번째 공식 행사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회동 등을 포함하면 8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국빈 만찬으로 기존 영빈관 활용에 나서기 시작했다. 3일 뒤인 지난 8일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단 만찬도 영빈관에서 열었고, 156분간 생중계된 지난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로 다시 찾았다. 최근엔 청년 간담회(20일),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21일), 미래 과학자와의 대화(22일) 등 대규모 공식 행사를 연거푸 영빈관에서 열며 사흘 연속 방문했다. 영빈관은 기존 청와대에서 외빈 방한 등 공식 행사나 대규모 회의, 연회를 열던 건물이다. 윤 대통령도 기존 목적과 유사한 행사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외빈 의전이나 비공식 회의장이던 상춘재 역시 활용폭이 넓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김건희 여사와 함께 푹 주석과 상춘재에서 차담을 했고, 지난 9일엔 경제단체장들을 초청해 비공식 만찬을 열었다.
대통령실은 청와대 시설을 처음 활용할 당시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격에 걸맞은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재명 부대변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대규모 회의나 내·외빈 공식 행사 등에 청와대 활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점검회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겸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등 대규모 회의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영빈관 활용 빈도가 높아지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영빈관 등은 국빈 만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영빈관을 이용하는 대신 신축 계획을 세웠다가 ‘다시 영빈관’ 활용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이전 계획 수립 당시 대통령의 다양한 공무수행에 필요한 장소를 두고 세부 계획과 비용 추산을 면밀하게 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은 ‘용산 시대’ 개막에 맞춰 대통령실 인근에 새로 영빈관을 지으려다가 예산 논란이 일자 지난 9월 백지화했다. 878억여원이 소요되는 신축 계획을 사전 설명 없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 것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윤 대통령이 전면 철회를 결정했다. 대통령실 청사 이전 비용을 두고도 정부 출범 전부터 논란이 일었던 만큼 추가 논란 장기화를 차단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됐다.
대통령실은 당분간도 영빈관 신축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빈관 신축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안이고 국민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현재로서 검토되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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