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기관, 내달부터 文정부 도입 '블라인드 채용' 폐지

과기정통부, 소관 연구기관 새로운 채용기준 확정연구기관 응시자는 출신대학, 추천서 등 기재 가능다만 성별·가족관계·재산 등 사항은 블라인드 유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를 주재하며 블라인드 채용 폐지를 공식화했다. /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과학 연구기관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응시자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연구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개선해 연구인력의 경쟁력 저하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다만 성별·연령·출신지·가족관계·재산 등 지원자 역량과 무관한 인적사항에 대해선 기존처럼 블라인드를 적용해 공정한 선발도 신경 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목적기관에 적용할 새로운 채용 기준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도 적용 대상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포함한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등 총 39개 연구개발목적기관이다.

블라인드 제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경력·학력 등을 보지 않고 인력을 공정 채용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채용 '공정성'보단 연구를 잘하는 '수월성'이 더 중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연구기관 응시자가 그동안 수행한 연구 내용과 성과, 역량 등을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연구기관의 경우 출신학교 정보와 추천서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응시자 전문성과 역량을 확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연구기관에도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돼왔다.

이에 지난 10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연구기관 블라인드 채용 폐지 방침이 발표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블라인드 채용을 과학기술 발전을 막는 '규제'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 마련된 채용 기준은 과기정통부가 연구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했다.

앞으로 연구기관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응시자의 연구수행기관과 학위 취득기관, 추천서 등 정보를 채용심사 단계에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연구기관은 기관별 여건을 반영해 채용 대상별로 구체적인 수집·활용 정보에 관한 세부사항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이번에 확정된 채용 기준은 과기정통부 소관 연구개발목적기관에 통보돼 내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연구기관별로 내부 규정 등을 자체 개정하고 그 이후 실시되는 채용 절차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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