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배우로서 갓 태어난 느낌"…다음이 더 기대되는 김현진의 '치얼업'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드라마를 보다가 눈에 띄게 잘생긴 얼굴의 배우(심지어 키도 훤칠한)를 보면 좋은 원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물론 연기력까지 안정적이어야 그 원석이 보물로서 가치를 얻겠지만, 비주얼적으로 완성형의 배우를 만나면 그저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다. 특히 그런 배우를 푸릇푸릇 청춘 캠퍼스물에서 발견한다면, 그 설렘은 배가 된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치얼업'(극본 차해원, 연출 한태섭)에서 진선호 역을 소화한 배우 김현진을 처음 봤을 때가 그랬다. 극 중 진선호는 부잣집 아들에 의대생이고 심지어 외모까지 완벽한데,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며 남몰래 챙겨주지만,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친구로서 곁에 남는 '서브남' 이었다. 청춘 로맨스물에 꼭 등장하는 뻔한 클리셰의 캐릭터였다.
뻔해 보여도 이를 배우가 설레게 표현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직 신인 배우라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이 아닌 김현진은 오히려 그런 신선함으로 진선호의 매력을 살렸다. 눈을 휘며 선하게 웃는 얼굴에서는 대형견 같은 '댕댕미'가 나왔고, 189cm의 키로 소화한 응원단복은 모델 출신다운 완벽한 자태로 설렘을 자아냈다. 은근히 드러나는 허당미는 귀여웠고, 짝사랑 하는 도해이(한지현 분)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보일 때는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은 모성애마저 자극했다. 김현진이 연기한 진선호는 여러가지 면에서 여심을 흔들 수 밖에 없었다.
'치얼업'은 김현진의 TV 드라마 첫 데뷔작이다. 그래서 배우로서 그에게 매우 의미가 큰 작품이다. 시청자로서도 고마운 작품이다. 이런 설레는 원석을 만날 수 있게 해줬으니.
▲ 첫 TV드라마 출연, 기쁘지만 부담됐던 마음
모델로 활동하던 김현진은 2020년부터 웹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다가, '치얼업'을 통해 TV 드라마에 데뷔했다. 첫 드라마인 만큼, 김현진은 특별한 하루하루를, 정확히 날짜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치얼업'은 지난 1월 중순 쯤에 첫 오디션을 시작해서, 3차 오디션까지 걸친 후에 캐스팅이 됐어요. 그리고 2월 중순부터 응원단 연습을 시작했고, 4월 2일에 첫 촬영을 했어요. 그렇게 촬영을 이어 오다가 11월 6일에 마지막 촬영을 했죠."
3차 오디션까지 거쳐 진선호에 발탁된 김현진. 감독은 김현진의 말투랑 행동에서 머리 속에 그려뒀던 진선호의 이미지를 발견했고, 최종적으로 그를 진선호 역할에 낙점했다.
"캐스팅이 됐다고 했을 때 너무 기뻤죠.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밀려왔어요. 이 캐릭터를 정말 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해 합격한 건 맞는데, 막상 이게 됐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부담감을 떨칠 방법은, 철저한 준비 밖에 없다. 김현진은 진선호의 외형을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등과 함께 준비하면서, 동시에 연기적으로는 감독의 디렉팅을 바탕으로, 따로 연기선생님을 두고 공부를 더해가며 진선호의 내면을 만들어 나갔다.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한 건, 진선호의 '직진남' 매력이에요. 선호는 서슴없이 할 말 다하는 직설적인 친구라 생각해서, 대사를 할 때 툭툭 막 내뱉듯이 하는 느낌을 살렸어요. 또 선호가 부잣집 도련님 설정이라, 겉모습에서 도련님 같은 느낌을 주고, 말투에서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자 했어요. 뭐든 '그럼 하면 되지'라 생각하는 선호만의 여유요."
김현진은 자신인 연기한 '직진남' 진선호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물론, 진선호처럼 '부잣집 도련님'은 아니고, 여자관계도 복잡하지는 않다.
"실제 제 성격이 선호랑 약간 비슷해요. 저도 팩트를 짚어 말하는 경우가 많고 직설적이거든요. 돌려 말하는 걸 잘 못해요. 답답해서요. 말하는 방식 같은 게 선호랑 제일 비슷한 거 같아요. 선호와 다른 점이라 하면, 선호가 부잣집 아들에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거? 선호가 바람둥이인 것도 저와 다른 점이네요.(웃음)"
▲ 진선호, 그리고 김현진의 성장
'치얼업'은 한태섭 감독의 입봉작이다. 젊은 마인드에 처음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한 감독은 김현진이 진선호를 찾아갈 수 있게끔 잘 이끌어줬다. 진선호가 왜 이런 대사를 하는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김현진이 준비해간 것 위에 감독과의 소통을 얹어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소통하고 조율하며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업의 재미. 어느 순간 김현진은 진선호 그 자체가 되었고, 그 때부터 감독은 큰 디렉팅 없이 김현진을 믿고 진선호를 맡겼다.
"제가 '선호가 됐구나', '선호에 빠져버렸구나' 라고 느낀 때는, 축제에서 해이에게 고백하는 장면이었어요. 선호에게 감정이입이 너무 잘돼서 울컥하더라고요. '네가 나 안 좋아하는 걸 아는데도 너가 계속 좋아'라는 대사를 말하는 순간,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 선호의 짝사랑 감정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 장면 이후에, 선호를 연기하기가 좀 더 편해졌던 거 같아요."
'치얼업'은 연희대학교 응원단 '테이아'를 중심으로 20대 청춘들의 뜨거운 열정, 진한 우정과 풋풋한 사랑,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응원단이 배경인 만큼 배우들의 응원단 연습은 일찍부터 시작돼 오랜 기간 이어졌다. 스스로 '몸치'라는 김현진은, 그래서 더 노력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제가 몸치인데, 선호도 몸치에서 응원단원으로 성장하는 캐릭터였어요. 저랑 똑같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응원을 못했는데 하면 할수록 늘었어요. 마지막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땐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감독님의 편집의 힘이 컸죠.(웃음)"
20대 또래 배우들이 주축인 드라마라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대화가 끊이질 않아 언제나 시끌벅적 했고, 서로 장난치느라 웃음이 넘쳤다. 응원단 춤을 출 때 틀리는 사람이 커피를 쏘는 내기도 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모두 친하지만, 그 가운데 김현진과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눈 배우는 진선호의 절친 임용일 역을 연기한 배우 김신비다.
"김신비 배우는 저보다 세 살 많은 형인데, 처음 봤을 때 저보다 동생인 줄 알았어요.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죠. '치얼업'을 하며 제일 친해진 배우예요. 형은 동생들을 엄청 잘 챙겨요. 한 번은 제가 컨디션 안 좋았는데, 형이 촬영 중간에 나가서 약을 사와서 몰래 주고 가더라고요. 저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챙겼어요. 정말 따뜻하고 매력있는 형이에요."
진선호의 짝사랑을 받은 도해이 역 한지현과 김현진은 실제로 96년생 동갑내기다. 김선호는 도해이의 밝음을 그대로 빼다 박은 한지현이라, 그 기운을 받아 자신도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현이는 실제로도 해이처럼 긍정적인 에너지가 강한 친구예요. 그래서 저도 그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현장에서는 서로 장난을 치며 마치 노는 것처럼 즐겁게 호흡을 맞췄어요. 밝은 지현이와 해이가 정말 많이 비슷해요. 도해이는 한지현 배우가 아니면 안 될 거 같아요."
도해이를 두고 로맨스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박정우 역 배인혁은, 극 중 진선호보다 선배로 나왔던 것과 달리 실제 김현진보다는 동생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여러 작품에서 비중있게 활약하며 연기 경험을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는 배인혁이기에, 김현진은 그를 보며 배우는 게 많았다.
"인혁이는 저보다 두 살 동생인데, 오히려 형 같고 어른스러워요. 연기 경험이 많은 게 현장에서도 보이더라고요. 제가 신인이라 모르는 게 많은데, 인혁이를 보며 많이 배웠어요."
▲ 배우도, 모델도, '다음'을 기대해
충남 서산 토박이인 김현진은 스무살에 서울로 올라와 모델 일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직전에 한 대학교를 통해 모델과를 체험했는데, 거기서 모델의 매력을 느꼈다. 이후 한 모델콘테스트에 나갔다가 입상까지 한 후, YG케이플러스와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김현진은 성인이 되자마자 모델의 꿈을 키우며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모델이었던 김현진이 연기에도 꿈을 품게 된 건, 차승원, 장기용, 변우석 등 모델 출신 배우들의 영향이 컸다. 그들을 보며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관심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연기 수업을 받으며 차근차근 배우로서 역량을 키웠고, 웹드라마부터 시작해 '치얼업'을 통해 TV 드라마까지 진출했다.
배우로서 이제 막 한걸음을 뗀 김현진은 모델로서도 계속 대중을 만나고 싶어 한다. 모델도, 연기도, 둘 다 너무 매력적이라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가 없다.
"두 개가 너무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뭐가 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죠. 전 모델로서의 활동도 열어두고 있어요. 런웨이에 서는 것만 모델 일이 아니에요. 광고나 화보를 촬영하는 것도, 모델로서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모델은 많은 걸 할 수 있는 직업이라 매력적이에요. 연기는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 걸 볼 때, 그게 정말 재밌어요. 내가 했던 연기가, 내가 찍었던 장면이, 대사만 알고 현장에서 보지 못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완성된 결과로 볼 때, 그게 그렇게 재밌어요. 그게 연기의 매력인 거 같아요."
김현진에게는 또래 남자 배우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력이 있다. 바로 '군필' 배우라는 것. 김현진은 21세 때 군에 입대해 육군 현역으로 만기 제대했다. 이제 그는 걸림돌 없이, 배우로서 또 모델로서 쭉쭉 성장할 일만 남았다.
김현진에게 '치얼업'을 통해 어느 부분이 성장한 거 같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성장의 척도는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다음을 통해 나오는 게 아니냐는 대답이었다. 이 대답을 들으니, 그의 '다음'이 더 기대됐다.
"'치얼업'을 하며 배운 경험이나 피드백으로 얻은 성장치는, 제가 다음에 다른 작품에서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나올 거 같아요. 지금은 배우로서 갓 태어난 느낌이에요. 나중을 봐야, 지금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보이겠죠. 제가 얼마나 성장했을지, 그래서 제 다음이 궁금해요."
[사진=백승철 기자]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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