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罪아니고 세금 罰아냐 … 文정부 '과세권 남용' 바로잡아야"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2. 12.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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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듣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1층 로비에 마련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새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오른 원희룡 장관은 난관들을 헤쳐나가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집값 폭등의 원흉이었던 부동산 규제 정상화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를 오가며 적극적으로 해외 건설 수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와도 혈투를 벌이고 있다.

원 장관은 '1기 신도시 특별법'에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노후 도심의 재건축 사업도 활성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특별법' 형식이 아닌, 노후 도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반법' 형식으로 법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원 장관은 지난 20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이코노미스트클럽에 강연자로 나서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원 장관의 답변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동산 세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 부담도 낮추기로 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의 과도한 규제와 지나친 국민 부담을 정상화한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지난 정부 5년간 가격 급등기에 오른 집값, 세 부담은 전부 뱉어내는 게 정상화라고 보고 있다. 갑자기 단기간에, 그것도 부담 능력을 넘는 수준의 세금을 내라는 것은 잘못된 세정이다. 세금은 집값을 잡고 벌을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조세는 부담 능력에 맞게, 그리고 최소한의 필요한 재분배와 국가 재정 조달을 위해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들과 부자들을 벌주기 위해서 혹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 정책을 쓰면 너무나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조세정의까지 포기하진 않겠지만, 그간 근거 없이 남용됐던 과세권을 정상화하는 게 이 정부의 목표다.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주택 거래가 생각보다 더 단절되고 있다. 처음엔 규제 정상화를 점진적으로 하려고 생각했는데, 속도를 더 빨리 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경제 상황에 대한 연착륙 효과를 위해 이른 시일 내 서울도 일부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내부 검토 중이다. 시기는 1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다.

―내년 2월 1기 신도시 특별법 발의를 앞두고 있다. 별도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담겠다고 했는데.

▷재건축 연한(30년)이 돼가는 1기 신도시에 최근 발표한 안전진단 기준(구조안전성 평가 비중 30%)을 적용하면 수년 뒤에야 통과가 가능하다. 또 그때가 되면 5개 신도시 30만가구가 한꺼번에 대상이 된다. 이는 특수한 경우다. 전세난이 터질 수 있고,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1기 신도시와 같이 명확한 사연이 있는 경우엔 그에 합당한 기준을 세워서 특별법에 담자는 게 취지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데.

▷1기 신도시보다 낡은 지방 도시가 많다. 가령 안양은 1기 신도시인 평촌보다 기존 구도심이 훨씬 더 낡고 정비 욕구도 강하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평촌은 되는데 기존 구도심은 안될 수 있다. 그래서 전국의 노후 도시, 특히 도심이 노후화된 곳들은 특별법과 함께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결국 전국 노후 도심에 대한 일반법으로 몰 수밖에 없을 것이라 본다. 모든 것을 감안해 특별법 발의에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와 전쟁을 선포했는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자기 조합원 채용과 장비 사용 등을 강요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 '괴롭히지 않을 테니 돈을 내라'면서 전국 타워크레인 한 대마다 월 600만원씩 아무 대가 없이 월례비 명목으로 뜯어가고 있다. 자기 조합원을 안 쓰면 출입구를 막아 공사 현장을 올스톱시키기도 한다. 이게 모두 지난 문재인 정부가 개국공신인 민주노총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줬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건설 현장은 무법지대가 됐다.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도 책임지고 확실히 하려고 한다. 반드시 정상화를 이뤄내겠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특히 지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국토부의 전략은.

▷인구 감소는 지방소멸과 직결되고, 이는 국가적 과제다. 국토부는 국토 이용에 관한 규제와 사업을 주 업무로 두고 있다. 창원, 광주, 울산 등 여러 지방 도시들이 의욕적으로 산업 발전, 투자, 관광에 관한 개발 방안을 많이 내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는 용지가 마땅치 않거나 규제 때문에 못하는 것이 많다. 이에 국토부는 그린벨트라도 풀어서 지방에 기회를 줄 계획이다. 지자체가 더욱 경쟁적으로 계획을 내도록 하고, 합당한 계획이라면 그린벨트도 과감하게 풀어서 뭔가 해보겠다는 곳에 제대로 기회를 주고자 한다. 지방 거점을 육성하는 데 그린벨트 해제, 도시 관련 규제, 산업에 대한 지원 등은 더욱 파격적으로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관련 통계 조작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 국토부 직원들도 포함돼 있는데.

▷당장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젊은 실무자들도 연관돼 있어 굉장히 부담스럽고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과연 실무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나. 차관들도 장관 지시를 거스를 수 없는 게 공무원 세계다. 하물며 대통령실과 청와대는 더더욱 그러하다. 결국 누가 시켰느냐가 중요하다.

―사우디 네옴시티 등 해외 건설 수주 지원에도 적극 나섰는데.

▷사우디는 중동으로 가는 하나의 게이트지만 인도네시아, 사우디, 폴란드 등을 거점으로 삼는 해외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 예전과 같이 개별 기업들이 저가 경쟁을 해서 단순 시공을 하는 수주 방식은 해외에서 주지도 않고, 해봤자 밑지는 장사다. 우리는 원전, 방산, 건설, 디지털, 문화, 관광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로 갈 것이다. 정부와 산업, 금융이 함께 움직일 것이다. 해외를 다녀보니 한국을 원하는 시장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지금 고유가·고원자재 가격 때문에 전 세계 돈이 자원국으로 쏠리고 있다. 그 돈의 일부는 우리 대한민국이 가져와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 4대 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게 목표다.

[연규욱 기자]

▶원희룡 장관은…

△1964년 2월 제주 서귀포 출생 △서울대 공법학 학사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제16·17·18대 국회의원 △제37·38대 제주도지사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 △2022년 5월~현재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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