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재고 감당이 안된다"…'감산·감원' 반도체 빙하기
세계 3위 D램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대대적 인력 감축을 선언하면서 반도체 '혹한기'에 따른 반도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내년 자발적인 감원과 인력 감축으로 전체 직원 4만8000명 가운데 10%가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내년 상여금 지급을 중단하고 생산설비 투자를 줄이는 것은 물론 비용 절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인텔은 위기 극복을 위해 2025년까지 지출을 100억달러(약 12조76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삭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엔비디아와 퀄컴 역시 고용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업계 전반으로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 같은 '위기 모드' 전환은 반도체 수요 급감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팔리지 않은 반도체 재고가 쌓여가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호황기'를 맞았던 반도체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달간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줄어 재고만 쌓이고 있고, 회사는 가격 결정권을 읽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최근 집계한 글로벌 반도체 판매 실적에 따르면 올해 10월 글로벌 반도체 판매는 469억달러(약 59조8000억원)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의 491억달러(약 62조6000억원)에 비해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올해 9월에 비해서도 0.3% 줄었다.
존 뉴퍼 SIA 사장은 "올해 10월 글로벌 반도체 판매는 2019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반도체 D램 매출액은 175억4800만달러(약 22조4000억원)로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의 249억8400만달러(약 31조84000억원)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다.
내년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3.6% 감소한 5960억달러(약 76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경제 둔화와 수요 감소가 내년 반도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가트너의 예측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4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7조9970억원으로 추정된다. 유진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6조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0년 1분기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더 비관적인 예상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5조8200억원으로 당초 예측치인 7조8000억원에 비해 25%가량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사업이 급격한 침체를 맞을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예상이 대부분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유안타증권·다올투자증권은 영업손실 1조1000억원, 신영증권은 영업손실 1조3000억원을 예측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SK하이닉스 실적은 매출액이 올해보다 32% 줄어든 31조원, 영업손실 5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내년 경기 침체를 우려한 고객사의 보수적인 재고 정책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D램과 낸드의 평균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위기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22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주재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연말 성과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3분기 '어닝쇼크' 이후 내년도 투자 규모를 50% 줄였다. 여기에 감산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반도체업계의 아킬레스건은 빠르게 늘어나는 재고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DS부문 재고자산 규모는 26조3652억원으로 지난해 말(16조4551억원)에 비해 60% 급증했다. SK하이닉스 재고자산도 같은 기간 8조9166억원에서 14조6650억원으로 64% 불었다. 반도체 혹한기가 본격화된 올해 4분기 재고 수준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이뤄지고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반영되면 내년 3분기부터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세트 업체의 재고 조정이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자본지출 축소와 감산 효과가 내년 3분기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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