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이후 36년 … 현대차 美 1500만대 판매
세단·대형 SUV 고른 인기
전기 등 친환경차 성공이
향후 성장세 유지 판가름
1986년 1월 20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만들어진 현대 엑셀 1050대가 울산항에 정박한 '올리브에이스호'에 선적됐다. 한 달 후 미국의 자동차 수입항인 플로리다 잭슨빌에 도착한 '메이드 인 코리아' 엑셀은 빠른 속도로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출시 첫해 17만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더니 이듬해에는 26만3000여 대를 판매하며 수입 소형 세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판매의 비결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당시 엑셀 가격은 경쟁사 가격의 절반 수준인 4995달러(약 640만원)에 불과했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광고 문구에는 '저희 신차 3도어 해치백은 100만달러짜리로 보여도 알고 보면 99만5005달러나 더 쌉니다' '평균 신차 가격이면 현대 엑셀을 2대나 살 수 있습니다' '빚 안 지고 살 수 있는 차' 등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저가 공세로 미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지 36년 만인 올해 현대차는 누적 판매 1500만대를 달성했다. 이젠 가격이 아닌 품질과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의 판매가격은 엑셀의 10배가 넘는 5만6500달러(약 7200만원)에 달한다.
21일(현지시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최근 뉴욕주 윌리엄스빌에 있는 딜러숍에서 1500만번째 신차를 고객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랜디 파커 HMA 최고경영자(CEO)는 "올해의 마무리를 누적 판매 1500만대라는 이정표로 장식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1985년 설립된 HMA는 당시 50개의 딜러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현재 현대차 딜러는 820곳까지 늘었다.
미국 진출 20년째인 2005년에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 첫 현지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앨라배마를 기반으로 이후 연평균 6%대라는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며 2015년에는 1000만대도 돌파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이번 달에 누적 판매 1500만대라는 성과를 얻게 된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서 가장 많이 판매한 모델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다. 1991년 미국에 상륙해 올 12월까지 353만대가 판매됐다. 이어 쏘나타(314만대), 싼타페(191만대), 엑센트(136만대), 투싼(134만대) 순이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초기에는 중·소형 세단을 주로 판매했지만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상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2019년부터는 현대차의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까지 미국에 수출하며 '코나-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로 SUV 풀라인업을 갖췄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이어온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 같은 친환경차 성공에 달렸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서 84만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지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5는 올해 들어서만 2만대가 팔렸다. 준중형 SUV인 코나 일렉트릭 역시 올 들어 9000대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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