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오는데…자영업 대출 1000조 돌파
취약차주·비은행권 비중 높아
내년 말 부실위험률 50% 늘듯
금융불안지수 위기단계 진입
주택가격 20% 더 떨어지면
대출자 5% 집 팔아도 못 갚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밀린 임차료와 거의 두 배로 뛴 이자 부담 때문에 빚을 더 져야 할 판이죠."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덮밥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37)는 여전히 적자인 영업 상황을 이렇게 털어놨다. 2년 넘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을 버틴 뒤 겨우 살림이 나아지나 싶었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이 발목을 잡았다. 내야 할 이자는 늘고 임차료 상환 부담은 커졌다.
국내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 다수가 매출 감소를 겪었다. 여기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소비 회복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여 자영업자 사정은 더욱 암울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지원 대책 효과가 사라지면 내년 말 부실 위험에 빠질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39조원을 넘을 것으로 봤다.
여기에 금융 안정을 나타내는 종합지표인 금융불안지수(FSI)는 국내 단기자금 시장 위축과 전 세계적 긴축 기조에 따른 충격으로 '위기' 단계에 진입하며 위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2일 한은이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3분기 말 기준 101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고 1년 전보다는 14.3% 증가한 수치다. 차입 상황도 좋지 않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에서 빌린 돈은 1년 전보다 28.7%나 늘어나면서 6.5% 증가한 은행권보다 많았다. 다중 채무에 소득이 높지 않은 이른바 '취약차주'의 빚 증가율은 18.7%로 비(非)취약차주(13.8%)보다 높았다.
대출 증가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전체 대출 규모는 팬데믹 전인 2019년 4분기 684조9000억원보다 48%나 늘어났다. 돈을 빌린 자영업자 수도 2019년 말 191만4000명에서 올 3분기 말 현재 309만6000명으로 61.7%나 폭증했다. 한은은 금리 상승이 계속되고 매출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한시적 금융지원 효과가 사라지면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내년 말 기준 취약차주는 최대 19조5000억원, 비취약차주는 19조7000억원 등 총 39조2000억원의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률은 19.1%로 올해 3분기(11.3%)보다 50%가량 높아진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대출 상황을 민간 전체로 넓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3분기 기준 가계와 기업부채를 합친 민간 신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23.7%에 달한다. GDP 두 배 수준의 빚이 가계와 기업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금리 인상이 민간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현재 3.25%인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르면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9.3%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또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이 6월 대비 20% 떨어지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 '고위험' 가구 비중이 3.3%에서 4.9%로 뛴다고 분석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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