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 지원, 자선 아닌 안보투자"… 美의회 기립박수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2. 12.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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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찾아 전폭지원 호소
바이든, 패트리엇 등 추가지원
"푸틴, 전쟁 끝낼 의사 없다"
무조건적 무기 제공엔 선그어
러, 중국 손잡고 장기전 준비
習 "중재 용의" 협상 여지도
어깨동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지지를 약속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돈줄' 미국을 찾아 전폭적인 전쟁 지원을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한 대규모 지원으로 화답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배치와 핵전력 전투 태세 강화 등을 강조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찾는 동안, 러시아는 중국과 관계 다지기에 열을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5000만달러(약 2조36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도움과 지지에 매우 감사하다"며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은 방공 능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거리가 70∼80㎞에 달해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 종식 방안과 관련해 그는 "단지 평화를 위해 내 나라의 영토와 주권, 자유에 대해 타협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를 찾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이미 제공한 금전적 지원을 비롯해 앞으로 제공할 지원에도 감사한다"며 "당신들의 돈은 자선이 아니라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상·하원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 시 기립해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고 연설 도중에도 여러 차례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젤레스키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미국과 동맹국의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의회의 결정이 우크라이나를 구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450억달러 규모의 긴급 원조안의 통과를 요청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조안 통과를 부탁하는 것이 연설의 핵심이자, 그가 워싱턴을 찾은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미국의 지원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무기 지원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동맹들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3차 세계대전을 원치 않는다"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게 함으로써 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는 모든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찬성하면서도 무조건적 지원에는 비판적 입장이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매우 좋은 연설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내 입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과 맞춰 군사력 강화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이날 열린 러시아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에서 "러시아 핵전력은 전투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정부는 군대에 무한한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차세대 ICBM인 사르마트가 조만간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내년에도 전쟁을 지속할 것임을 확인하고 전체 병력 규모를 15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쇼이구 장관은 현재 18~27세인 러시아군 의무 복무 연령 기준을 21~30세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러시아의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복무 연령대를 높일 경우 징집 대상자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중국 베이징으로 파견했다. 베이징에서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전쟁 종식을 위해 중재에 나설 용의를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러시아에서는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성명이 나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 비서실은 성명을 통해 "가장 시급한 세계 문제에 관한 러시아와 중국의 접근 방식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해 자국의 우방인 미국과 중국을 찾아 관계 강화를 공고히 하고 있다. 양측의 교착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는 대규모 지상전 대신 우크라이나 전력 등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가하고 있다. 전선에는 긴 다중 참호를 설치하며 방어선을 보강해 우크라이나의 추가 진격을 막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 2월 개전 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지도부와도 대면 회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바렌드 레이츠 EU 대변인은 22일 "EU-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내년 2월 3일 열린다고 확인할 수 있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벨기에)브뤼셀에 방문해도 좋다는 열린 초대장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가 포탄을 비롯한 군수물자를 북한에서 공급받았다고 도쿄신문이 관계자를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무기를 실은 열차가 북한 동북부 나선특별시 두만강역과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을 잇는 철로를 이용했다. 두 역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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