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도 …'미래 일감' 재건축·재개발 수주 역대 최대
2년 前 비해 두배 이상 급증
1조 넘는 초대형 재개발 4곳
재건축·재개발 정책 변화에
조합들 사업 기대감 높아져
건설사 '자체사업' 줄인탓도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한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에 대한 수요,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지만 실제로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아파트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2일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들에 따르면 이날까지 정비사업 수주액은 42조원으로, 지난해(28조원) 대비 50% 증가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20% 넘게 증가한 수치다. 10대 건설사를 제외한 업체들의 수주 물량을 포함하면 올해 전체 정비사업 수주액은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겪고 대형 개발사업이 자금난 때문에 줄줄이 연기되거나 좌초되는 상황에서 주택정비사업 증가는 구축을 신축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꾸준함을 드러낸다. 바꿔 말하면 그동안 각종 규제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해 한꺼번에 신축 수요가 분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로 올해 재건축·재개발사업 수주가 크게 늘었고, 대단지가 많았던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올해 주택정비시장 특징은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수주액 상위를 휩쓸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광주 광천동(1조7660억원)과 부산 우동3구역(1조2765억원), DL이앤씨가 수주한 부산 범전동 촉진3구역(1조6073억원),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경기 성남 수진1구역(1조5585억원) 재개발사업은 모두 수주액이 1조원을 훌쩍 넘는 대단지다.
이 밖에 부산 서금사A구역(롯데건설·8103억원), 서울 한남2구역(대우건설·7909억원), 서울 흑석2구역(삼성물산·6762억원), 부산 부곡2구역(GS건설·6438억원), 서울 불광5구역(GS건설·6290억원) 등도 5000억원이 넘는 대형 재개발사업이다.
이 가운데 광천동 재개발은 광주 역대 최대 규모로, 서구 광천동 일원에 아파트 5006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우동3구역(해운대구 우1동)은 39층짜리 아파트 총 2503가구로 탈바꿈한다. 수진1구역은 약 26만㎡ 용지에 아파트 57개동, 총 5668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올해 대단지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는 건설사들이 '럭셔리' 콘셉트를 내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공사의 최고 등급 브랜드를 사용하고 외국계 설계사와 협업해 스카이라운지 등을 설치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현대건설은 광천동 재개발을 수주하면서 세계적 설계감리사 SMDP와 손잡고 디자인을 제시했다. 도심 경관을 파노라마로 조망하는 스카이 브리지를 만든다. 현대건설은 우동3구역에도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에서 함께했던 세계적인 건축디자인그룹 캘리슨 RTKL과 협업해 해운대를 모티브로 한 랜드마크 디자인을 적용했다.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 재개발에 6개의 주동을 연결하는 360m 스카이 브리지 디자인을 제시했다. 한강과 남산, 용산공원 조망권을 강조한 설계다.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대규모 단지가 속속 시공사를 선정했다. 포스코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수주한 창원 성원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은 기존 25층 42개동 6252가구를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36층 43개동, 7136가구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약 2조3600억원으로 국내 리모델링 사상 최대 규모다. 포스코건설은 이 단지 외에도 수원 영통구 벽적골 주공8단지(5249억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올해 리모델링 사업에서만 3조원 넘는 수주를 기록했다.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재건축 단지 중에는 현대건설이 수주한 과천주공 8·9단지가 9830억원으로 최대 규모다. 기존 2120가구를 2837가구로 늘리는 사업이다. GS건설이 수주한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이 812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기존 2052가구를 지상 33층 규모 아파트 26개동, 2723가구로 새로 짓는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이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 5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0조원에 육박하는 수주액을 기록한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이 연간 정비사업 수주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상당 기간 고금리가 이어져 건설사들은 자체 개발사업을 줄이는 대신 비용 부담이 덜한 정비사업 수주에 주력할 전망이다. 한남5구역 등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도 잇달아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박만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괜히 임대사업자 등록했다가 망하게 생겼다”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메시 보러 TV 돌리다가 딱 걸린 홈쇼핑, 매출 껑충 뛴 품목은 - 매일경제
- “아파트값 내일 더 싸지나”...파크리오 7억, 시범 6억 ‘뚝뚝’ - 매일경제
- 北김여정 보고 있나…국토위성 1호로 촬영한 김일성광장 사진 공개 - 매일경제
- “집 산 대가로 거지가 됐다”... 충격의 한은 보고서 [매부리TV] - 매일경제
- 이것 없이 잠 못자…한파에 판매량 급증한 난방용품은 - 매일경제
- 20대엔 게임중독, 지금은 152만 유튜버 - 매일경제
- "쌓이는 재고 감당이 안된다"…'감산·감원' 반도체 빙하기 - 매일경제
- “전셋값 40% 하락 시나리오도”…13만가구 보증금 비상 - 매일경제
- 이정후, 1100억 초대박 요시다 넘고 한국 최고 대우 경신?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