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김새벽, 乙들의 침묵 깨며 위태로운 고발…묵직한 메시지

장우영 2022. 12. 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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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 캡처

[OSEN=장우영 기자] ‘드라마 스페셜 2022’의 여덟 번째 단막극 ‘양들의 침묵’이 2019 KBS 단막극 극본공모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인 만큼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야기로 안방극장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1일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 2022’ 여덟 번째 단막극 ‘양들의 침묵(극본 강한, 연출 김수진)’은 마지막 진급 기회를 잡기 위해 사건을 침묵해야만 하는 대위 최형원(김새벽)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다.

‘양들의 침묵’은 마지막 진급 기회를 앞둔 대위 최형원과 한 달 뒤 최형원의 대대에 있을 검열을 담당하기 위해 부대에 방문한 장동현(이도엽)의 첫 만남으로 강렬하게 시작했다. 장동현이 여군들에게 양들이라고 표현하며 예의 없는 행동을 보이자 최형원은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며 둘 사이의 의미심장한 관계의 시작을 알렸다.

한편 사관학교 출신의 방공포 특기 장교(소위)인 임다인(전혜원)은 자대에 온지 얼마 안됐지만 인트라넷(부대 동정 사진)에 걸린 사진 한 장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임다인의 환영 회식이 열린 날, 최형원은 원피스 차림을 하고 온 그녀에게 “알지? 여긴 군대고, 임 소위는 군인인 거, 그럼 좀 군인답게 행동해, 혹 다른 여군들에게 폐 끼치는 건 아닌지”라고 속마음을 꺼냈다. 이런 그녀에게 발끈한 임다인은 최형원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는 순간, 장동현이 나타났고 세 사람은 술자리를 가졌다. 이내 최형원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최형원은 평소와 다른 임다인의 모습에 수상함을 느꼈고 우연히 그녀와 장동현이 함께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장동현은 임다인의 양팔을 붙잡으며 “따라 해봐, 저도 좋았습니다. 저도 원했습니다”라는 대답을 강요, 소리를 지르며 위협을 가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충격받은 최형원은 어제의 기억을 되찾았고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최형원은 자신의 검열 담당관인 장동현이 임다인에게 부당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깊은 고뇌에 빠졌다. 애써 모르는 척 본부 검열 중이던 최형원을 찾아온 장동현은 “군대에서 비밀은 생명이지, 자네 올해가 마지막이잖아. 절박하잖아”라며 검열과 진급을 함구의 조건으로 제시, 마지막 진급 기회를 앞둔 간절한 최형원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임다인은 최형원의 팔을 꼭 잡은 채 그 날에 대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이에 최형원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옷차림과 화장 등의 이유로 그 날의 일을 합리화하기 시작했고 이런 모습에 참담함을 느낀 임다인은 “정말 제 탓입니까?”라고 다시 한번 되물었다. 끝까지 최형원은 자신을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하게끔 그녀를 외면했다.

그러나 최형원은 회식 날 벌어진 일을 되새기며 임다인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육상부 후배로부터 청첩장을 받은 최형원은 13년 전 육상부에서 불거졌던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 육상부 코치의 만행을 폭로하며 육상선수를 그만둬야 했던 최형원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최형원은 고민 끝에 임다인의 편에 서기로 결심,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했다.

최형원은 곧장 장동현에게 검열과 진급을 정정당당히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동현은 진급이 절실한 또 다른 하사 윤대범(장유상)을 이용해 최형원의 검열 준비에 필요한 비밀문서를 몰래 빼돌렸고, 이에 최형원이 당황하자 “나도, 지켜줄 비밀 하나가 생긴 거 같군”이라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그런가 하면 최형원이 침묵하는 이유를 알게 된 임다인은 “내 아픔을 진급의 발판 삼던 선배인데 그것도 모르고 기댔습니다”라고 실망감을 내비쳤고, 이에 최형원은 “나는 그냥 동석했던 것뿐인데, 내가 밥줄까지 걸면서 왜 너를 도와야 하는데”라며 팽팽한 대립을 이뤘다.

하지만 최형원은 눈물을 흘리는 임다인의 모습에 다시 부당함에 맞서기로 결심, 반격에 나서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장동현을 찾아간 최형원은 “이제 그만하십시오, 사과하십시오. 임다인 소위한테”라며 분노했다. 그 순간, 임다인과 윤대범이 비밀문서를 들고 나타났고 임다인은 적반하장으로 나서는 장동현에게 “똑똑히 잘 보십시오. 중위가 되고 소령이 될 겁니다. 또 대위가 되고 중령도 될겁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혼자도 아닙니다. 잘 살겁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방송 말미, 을들의 침묵을 깨부수며 정의를 되찾은 최형원과 임다인은 나란히 진급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으로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렇듯 ‘양들의 침묵’은 한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첨예한 심리물로 그려내며 인물들의 감정변화와 관계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특히 배우 김새벽, 전혜원, 이도엽이 펼치는 개성 넘치는 연기력과 케미 역시 극의 몰입도를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제작진 역시 극 중 인물들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강의 서스펜스를 선사했다. 또한 사건에 매몰되기보다 인물들의 관계, 성장을 극대화하며 ‘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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