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딥] 영화로 돌아온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
[영화 '영웅']
"조국이 무엇입니까? 조국이 대체 우리에게 무엇입니까?"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
안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그 마지막 1년을 다룬 영화 '영웅'이 개봉했습니다.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작품인데,
[윤제균/영화 '영웅' 감독 : 처음 뮤지컬 '영웅'을 봤을 때 저는 충격과 감동이 잊혀지지가않았어요. 언젠가는 뮤지컬 '영웅'을 꼭 영화로 만들고 싶다. 그게 첫 출발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시도하는 장르의 뮤지컬 영화입니다.
[정성화/배우 : 뮤지컬 영화는 한국에서는 불모지였거든요. 저희가 촬영을 하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았던 것을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시키자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 정말 영혼을 갈아서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무대의 감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해 영화 속 노래의 70%를 현장 라이브 녹음으로 촬영했다고 하는데요.
배우와 촬영팀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윤제균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라이브로 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모든 고통이 시작됐다"고 말했고, 주연을 맡은 배우 정성화씨 역시 얼마 전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충을 털어놓았는데요.
[정성화/배우 : 한여름에 노래를 하면 벌레가 이렇게 장부가 이런 소리가 날 정도로 그러면 이제 다시 해야 하잖아요. 이걸 어떻게 지울 수도 없어요. 그래서 방역도 하고 그리고 겨울에는 패딩 같은 거 입으면 소리가 나잖아요 그래서 패딩을 다 벗어야 되는 거예요. 그 추운 곳에서.]
뮤지컬 무대에서 안중근 역할만 14년 째 맡아오고 있는 베테랑 배우 정성화씨에게도 이번 영화는 큰 도전이었던 거죠.
또 공연장 무대에서 선보이는 뮤지컬이 아닌 영화인만큼 더욱 힘든 점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노래만 열심히 불러선 안 되고, 그 섬세한 감정들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노래에 힘을 쏟다 보면 감정이 무너지고, 반대로 감정을 잘 잡으려다 보면 노래가 잘 안돼 그 중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때문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노래 중 하나인 '장부가'라는 곡은 열 세 번이나 부르고도, 1년 뒤에 다시 촬영한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정성화/배우 : 장부가라는 노래는 한 세 번만 부르면 탈진하는 노래거든요. 세 번 정도 불렀는데 감독님이 약간 성에 안 차시는 모양이었어요. 열 세 번 정도 불렀던 것 같아요. 그렇게 끝났는데 감독님께서 며칠 지나서 지난번에 찍은 거 좋은데, 이거 하나만 넣어서 한 번만 더해보자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알겠습니다 찍었어요. 찍었고, 영화가 다 끝났습니다 크랭크업이 됐는데. 한 1년 지났나.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성화야 시간 어떠니, 괜찮습니다. 그 장면 한 번만 다시 찍자.]
원래 2020년에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늦춰지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재촬영이 가능했다고 하네요.
하얼빈 의거 113주년을 맞은 올해, 안중근 의사의 일대를 다룬 작품이 세 개나 나왔습니다.
청년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린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을 비롯해서, 2009년 초연부터 아홉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영웅'도 영화와 같은 날 서울에서 개막했습니다.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배우가 안중근 역을 맡았고, 영화보다 열 네 곡 더 많은 서른 한 곡이 라이브 무대에서 펼쳐집니다.
[정성화/배우 :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다는 건 배우로서 너무나 무한한 영광이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이라도 제가 성의 없게 연기하거나 이렇게 되면 관객 여러분들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져요.]
배우 정성화씨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 '계속해서 기억하고 재조명해야 할 인물'이라고 말했는데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안중근 의사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계속 말을 걸어오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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