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도 투자할 돈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 새겨들어야

2022. 12. 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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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이 투자를 안 해서가 아니라 기업도 투자할 돈이 없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한 것이다. 고금리와 세계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들의 돈줄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업 대출은 지난해보다 15%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자금 수요는 늘고 있는데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이 막히면서 은행 빚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전망조사'에서는 기업 10곳 중 9곳이 내년 경영 기조를 '현상 유지' 또는 '긴축 경영'이라고 답했다. "투자할 돈이 없다"는 하소연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기업이 투자를 못하면 경제 성장도 요원하다. 한국은 지금도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편이다.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중국과 미국 기업은 각각 136개와 124개를 차지했다. 일본 기업도 47개에 달한다. 한국 기업은 16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전자·반도체와 금융, 자동차, 에너지 등 기존 업종에 몰려 있고 우주·항공과 헬스케어 같은 신산업에 진출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서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무거운 세금과 낡은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투자를 저해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법인세 3%포인트 인하'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발의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투자 활성화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규제를 없애고 있는 것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꺼져가는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릴 수 있다. 이제라도 현장 목소리를 새겨듣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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