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30년전으로 간다면? 창업할 것"(종합)

"반도체 업계 안 좋은건 사실이지만 오래 갈일 아냐"
SK하이닉스, 10월부터 '다운턴TF' 운영…임원·팀장 활동비 삭감키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가 지나온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디 가서 주식을 뭘 사야 할지 잘 알겠지만….(웃음) 저는 아마 창업이라는 도전을 했을 것 같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최 회장은 21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저도 있던 걸 받은 형태가 되다 보니 여기서 갖고 있던 문제점이나 이런 게 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있는 걸 어떻게든 더 잘 키워야 하는 얘기로 계속 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좋은 점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해보려고 하는 것들이 잘 안 되는 것도 꽤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젊어지면 아예 됐다, 그러고 나는 내 것 그냥 한다, 이러고 갔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 같다"며 "그러다 홀랑 말아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도전을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역사를 다룬 영상물을 시청 중인 최태원 회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최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한 후 SK그룹을 이끌어 온 창업 2세대 경영인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3년 창업주이자 형인 최종건 회장이 타계하자 뒤를 이었고, 당시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장남인 최태원 회장도 선대회장의 '뚝심 경영'을 이어받아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 투자를 가속했다.

올해 5월에는 자산총액 292조원으로 자산규모 기준 재계 2위에 올랐다. 삼성, 현대차그룹에 이어 '만년 3위'에 머무른 지 16년 만이다.

최 회장이 주변의 반대에도 뚝심 있게 추진한 대표적인 것이 2012년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다.

인수 당시에는 SK가 수익성이 불투명한 반도체에 무리하게 진출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최 회장은 흔들림 없이 인수 직후부터 매년 조 단위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16조원에서 지난해 말 95조원으로 6배 커졌고, SK그룹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최근에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적자 전망이 잇따라 나오며 주가도 하락세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걱정이죠"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반도체는 업앤다운(Up & Down)이 항상 있었고 최근에는 반도체 사이클이 아주 짧아졌다. 옛날에는 다운에서 업으로 올라가는데 3년이 걸렸는데 요새는 1년 단위씩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좋았다 나빴다 반복하는 걸 연례 행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많이 나빠지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코로나로 반도체가 호황이었다. 앞에서 워낙 좋았다 보니 골이 깊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반도체 업계가 전체적으로 안 좋아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오래 갈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발언하는 최태원 회장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2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SK하이닉스는 10월부터 '다운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반도체 업황 위기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전사 비용 효율화를 위해 임원과 팀장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 등의 예산을 각각 50%, 30% 줄이기로 했다.

또 주가 부양책의 일환으로 내년 1월 지급 예정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일부를 자사주로 보유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자사주 1년 보유시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으며, 연말 인사에서 미래전략 산하에 글로벌전략을 신설하고 사내 의사결정 체계를 축소하는 등 조직도 재정비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신영증권은 4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1조3천억원으로 전망하고, 내년 영업손실 규모도 종전 1조5천억원에서 2조9천억원으로 확대 조정했다.

다올투자증권도 "낸드 재고 평가 손실과 D램 적자 전환 여파로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내년에 영업 손실 3조8천억원을 기록해 연간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근 자사 뉴스룸에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과 인터뷰를 올리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반등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현 상황을 인식하고 공급을 조절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의 전반적인 업황 악화는 내년에도 일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에는 반등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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